[서평] 클론에게도 영혼이 있나요? '나를 보내지 마'

인사이트(좌) 민음사, (우) 영화 '네버 렛 미 고'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몇 학년 때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교 때 과학의 달을 맞아 21세기 상상화를 그린 적이 있었다.


상상화로 나는 '해저 도시' 인가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를 그렸고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는 푸른 들판에서 개와 뛰어노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친구는 21세기가 되면 오히려 환경오염이 줄어들게 될 것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 그림은 대단한 상은 아니지만 친구에게 작은 상 하나는 안겨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정작 내 그림은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친구의 그림은 정확히 기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 또한 친구와 같은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려다 포기했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의 눈부신 성과나 그와 반대되는 디스토피아를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던 시절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고, 나는 꽁꽁 숨겨두었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가즈오 이시구로 또한 내 친구처럼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계장치나 수용소 같은 곳에서 생겨난 복제 생명체를 말할 때 푸른 초원 위에 학교를 짓고 장기 적출을 위해 태어나는 '클론'의 세계를 그렸다.


소설은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사실감을 품고 나타났다.


SF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책장을 펼치면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는 것이 세계관을 전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어떠한 신기한 문물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살아갑니다"라고 말이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세계관 정립은 SF영화 '스타워즈'가 영화 시작 전에 자막으로 세계관을 줄줄이 읊고 시작한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반면 '나를 보내지 마'에서 작가는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과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세계관을 전한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이야기가 '들었으되 듣지 못한' 형식으로 교묘하게 흘러가 독자의 머릿속을 파고들게 한다.


덕분에 독자는 마치 추리 소설을 읽듯 등장인물들과 함께 모호함을 파헤치며 '헤일셤'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지역 명칭 같이 들리기도 하는 '헤일셤'은 특별한 학교의 이름이다.


학생과 선생, 후원자가 있지만 부모나 그 외 가족에 대한 언급은 없는 곳.


객관적인 사실만 늘어놓으면 고아들을 위한 학교라고 상상될 정도로 '클론'들의 학교 헤일셤은 인류와 가깝게 존재한다.


헤일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졸업 후 코티지에서 간병인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 후 간병인으로서 활동하다 기증자가 되어 4회에 걸친 장기 기증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정해진 운명이다.


간병인의 자질을 얼마큼 발휘하는가에 따라 빠르고 느린 면은 존재하지만 결국 기증자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 또한 클론의 삶이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이들은 먹고, 입고, 생각하는 것 또한 보통 사람과 같다.


다만 '기증'이란 단어로 묶을 수 있는 '창의성'과 '성에 대한 생각', '정해진 미래' 등은 조금 다르다.


영혼이 없다고 치부되는 클론이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기 위해 창의성에 집중하게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떠돌며 사는 뿌리 내리지 못하는 삶은 보다 현재의 쾌락에 집중하는 성의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들은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알코올중독증에 걸리거나 폭행이나 범죄에 가담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열심히 읽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토론하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작가는 소설 속에서 클론을 만드는 것이 나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캐시라는 '간병인' 주인공의 회상을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들인 토미, 루시와 함께하는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 그 사람의 취미나 특기를 듣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에 대해서도 귀 기울인다.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깊게 이해하고 친밀감도 갖게 된다.


인사이트영화 '네버 렛 미 고'


캐시가 살아온 세월을 통해 우리는 클론의 삶을 유사체험한다.


캐시가 아직 한 번도 기증하지 않은 간병인이기에 우리는 상황을 아직 피해자가 아닌 중간자적 입장에서 볼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다.


그러니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캐시의 영혼의 울림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인간 vs 복제 인간' 숨막히는 대결 그린 영화 '블레이드러너2049' 예고편이언 고슬링,해리슨 포드 주연의 SF 액션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가 오는 10월 개봉된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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