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서울경찰청 페이스북
어둠이 깔린 길 위에서 할머니는 남은 귤 2 봉지를 팔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른 기침 소리는 은평구의 텅 빈 골목길을 아프게 울렸다.
지난 8일 서부경찰서 응암3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용무 경위는 평소처럼 도로를 순찰하던 중 여느 날과 같은 풍경으로 담벼락 아래 앉아있는 '귤 할머니'를 발견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빨간 모자를 쓴 할머니는 늘 같은 자리에서 귤을 팔았다.
보통날이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로 바닥은 차갑게 얼어있었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된 김 경위는 결국 순찰차를 세웠다.
무릎을 굽혀 할머니와 마주보는 순간, 새빨갛게 언 손등이 김 경위의 눈에 들어왔다.
추위에 곱은 할머니의 손가락은 그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왜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라는 물음에 "귤 두 봉지가 남았는데...이거 다 팔고 가려고요"라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왔다.
할머니의 자그마한 몸은 물론이고 목소리마저 꽁꽁 얼어붙은 듯 했다.
김 경위는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이 되기로 결심하고 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녀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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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두 봉지를 건네받은 김 경위는 댁까지 모셔드리겠다고 몇 번을 청했지만 할머니는 손사레를 치며 낡은 카트에 짐을 실었다.
기역자로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파출소로 돌아온 김 경위는 직원들과 함께 귤을 나눠먹으면서도 카트를 끌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유독 춥게 느껴지는 올해 겨울은 거리의 상인들에겐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께는 더욱 그렇다.
그 차가운 거리에서 순찰을 돌다 보면 부모님 생각에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9일 서울경찰청은 귤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이 된 김 경위의 사연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미담으로 소개했다.
생계를 위해 은평구의 한 거리에서 귤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누리꾼들의 목격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의 마지막 손님이 돼 준 경찰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경위는 부끄럽다면서 한사코 사양했지만 '시민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자는 뜻을 전하자'는 주변 경찰관의 설득에 사연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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