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지난 22일 JTBC '뉴스룸'의 한 코너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에서는 이국종 교수를 주제로 해 많은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손석희 앵커는 앵커브리핑에서 이국종 교수가 했던 "저는 칼을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언급했다.
그 말에 빗대 언론이 자신의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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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여, 앵커브리핑을 통해 손 앵커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혀왔다.
문제점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중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적인 면모 또한 잊지 않았다.
앵커브리핑에서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진심으로 승부하는 손 앵커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 깊게 뿌리내려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그의 앵커브리핑을 돌아보자.
1. "저는 칼을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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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손석희 앵커는 이순신의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들고 나왔다.
손 앵커는 먼저 "그에게 칼이란 사람을 지켜내기도, 베어내기도 하는 두렵고도 두려운 무엇이었을 것입니다"라며 책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이어 "칼을 쓰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국종 교수의 발언을 전한다.
의료진을 영웅시하고 탈북 병사에 대한 영화 같은 스토리를 만드는 언론에 일침을 가한 이 교수의 발언이 "당연하다" 곱씹는다.
손 앵커는 이 교수가 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들이다…"는 말을 전하며 똑같은 칼을 쥐고 있는 언론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돌아보자며 각성을 촉구했다.
2. '세월호 뉴스를 아직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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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은 세월호에 관한 의미심장한 앵커브리핑이 있었다.
손석희 앵커는 목포신항을 지키고 있던 젊은 기자가 전날 뉴스룸이 끝난 후 방송된 소셜라이브에서 "세월호 뉴스를 아직도 하느냐"라는 질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목포신항을 연결하기가 좀 머뭇거려질 때도 있습니다"라며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저 그것이 당위여서 그렇다"는 신참 기자의 말에 "동의한다"며 그날의 앵커브리핑을 마쳤다.
3. 안타까운 죽음…'그의 가슴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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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손석희 앵커는 이날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故 김주혁을 언급했다.
손 앵커는 최근 저널리즘을 다룬 드라마에 출연해 나름의 '철학있는 연기'를 보여줘 연대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겨우 몇 번째 순서에 얼만큼 보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착잡한 오늘"이라고 전해 언론인으로서 고민하는 그의 복잡한 심경을 토로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4. '밥하는, 동네,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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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에는 급식 조리종사원들에게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고 폭언했던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에게 일침을 가했다.
손 앵커는 학창시절 도시락을 언급하며 '친구들과의 추억'이자 '어머니의 노동', '교실에서의 차별'이라고 밝혔다.
학교 급식을 담당한 그 무게가 "그렇게 달랑 세 단어로 비하되기에는 그들이 대신해준 밥짓기에 사회학적 무게가 가볍지 않다"며 이 의원의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5. "한 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 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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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 세월호 참사로 전국의 주말이 촛불로 뒤덮였던 당시 손석희 앵커는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선조 임금을 언급했다.
선조 임금 다음에는 1950년 6월 28일 새벽 한국전쟁이 시작되고 북한의 남하를 막겠다는 이유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한 일이 거론됐다.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아 수백 명의 민간인 목숨을 앗아간 이승만 정권 그 뒤에 세월호 '대통령 책임 불가론'을 내세우기 위해 나온 '골든타임' 논란을 전했다.
손 앵커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장에서 한 생존 화물기사의 간절한 한마디가 단 한 명이라도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며 묵직한 목소리로 그날의 앵커브리핑을 마쳤다.
6. '463개의 계단…그리고 피렌체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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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앵커브리핑에는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 등장한다.
463개의 계단을 품은 13세기에 착공해 14세기에 완성한 100년의 기다림을 말한다.
그날은 현재 구속상태에 있는 이재용 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조의연 중앙지검 부장판사가 기각한 날이었다.
손 앵커는 "이제 겨우 석 달이란 시간을 보냈을 뿐입니다"라며 "앞으로 기다릴 날은 아마도 그보다 짧으리란 것"이라며 속상해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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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물과 태양도 필요하지만 세찬 바람과 벌레들의 위협도 견뎌낼 만큼의 힘도 있어야 한다.
사회도 이와 같다.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좋은 일만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무가 곧게 잘 자라기 위해서는 가지치기와 벌레 잡기를 해줄 일꾼 또한 필요하다.
손석희 앵커는 우리 사회라는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꾸어 주는 한 사람의 일꾼이다.
지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시사IN'과 '칸타퍼블릭'이 진행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에 손석희 앵커가 40.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한다고 해서 손 앵커가 영웅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언론인이 진실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기까지 그의 쓴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