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인격 테러범'으로 몰린 이국종 교수의 소신 "수술실엔 삶과 죽음만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가 '인격 테러범'으로 몰렸다.


17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라며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돼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인사이트김종대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의 이 같은 글은 앞서 15일 이국종 교수가 귀순 병사 2차 수술 결과 및 환자 상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병사의 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라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사 교칙 수칙으로부터 귀순 병사의 몸으로 옮겨지는 양상이다"며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김종대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그러면서 그는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글에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 및 수술에 매달리고 있는데 김 의원은 그런 이 교수를 '인격 테러범'으로 몰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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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 의원의 글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가 김 의원의 '인격 테러'라는 비난에 속앓이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21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졸지에 '인격 테러범'으로 몰리자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과시욕을 부린다"고 매도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교수는 현재 '인격 테러범', '쇼하는 의사' 등 적대 세력들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또 그는 '망막혈관 폐쇄와 파열' 탓에 왼쪽 눈이 거의 실명에 가깝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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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교수는 메스를 놓지 않고 있다.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다", "수술실에는 삶과 죽음만 있다. 무승부는 없다", "환자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런 이 교수의 소신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은 이 교수가 "귀순 병사 1차 브리핑은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히자 이를 재반박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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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리 맥기어리' 사건을 언급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998년 남아공에서 에이즈 감연자인 배리 믹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동료 의사에게 말했고,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배리가 해당 의사를 고소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 과정에서 신상이 공개돼 비참하게 죽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사이트김종대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또한 그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총상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있는 옥수수까지 다 설명했다. 인간의 몸이 똥과 벌레 오염됐다는 극단적 이미지로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공포와 혐오의 감정도 통제불능 상태에 치달았다"며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 희생해가며 많은 생명 살려낸 이국종 교수의 건강 상태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교수의 건강 상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