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떨어지면 네가 책임져" 성추행 교사 신고했더니 반 친구들이 한 말 (영상)
입시전문가로 유명한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학생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도 오히려 친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입시전문가로 유명한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학생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도 오히려 친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에서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그중에서도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피해 학생이 오히려 주변 학생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이목을 끌었다.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50대 남자 교사 5명이 여학생과 여교사들을 성추행해온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중 한 교사는 대학입시를 위한 주말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입시 전문가'로 통했다.
교사는 입버릇처럼 "내 전화 한 통이면 대학도 붙여줄 수 있다", "나의 도움을 받으면 너희는 대학에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최신 정보를 속속 알려주는 교사의 말을 아이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10개월간 교실에서 벌어진 이 교사의 성추행을 학생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고 교사가 그만두게 되자 일부 학생들은 오히려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학생을 색출하기에 나섰다.
모두 알면서도 참아왔는데 왜 입시를 코앞에 두고 이런 문제를 제기했냐는 것이다.
해당 교사를 따르던 아이들은 "선생님을 돌아오게 해달라"고 서명운동을 계획하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학생은 성추행 피해학생을 찾아가 "네가 꾹 참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수시 떨어지면 네가 책임져라"며 협박했다.
학교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 교사였지만 도리어 비난은 고스란히 피해 학생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고3 이었던 해당 학교 학생은 "입시 원서도 쓰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없어지니까 막막했다"고 당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또 다른 학생들 역시 "그 선생님이 워낙 진학으로 유명한 선생님이었다",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 선생님 믿고 입시 하나 하겠다고 한 건데" 등의 말을 했다.
어른들이 만든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서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었다.
수능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자되며 대한민국 수험생들에게 많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로를 깎아내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결국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저렇게까지 경쟁해서 과연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