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중 사망한 소방관 묘비 부여잡고 오열하는 유족들
타인의 목숨을 살리고 대신 세상을 떠난 소방관들을 떠올리며 유족들은 그리운 마음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타인의 목숨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소방관들을 떠올리며 유족들은 그리운 마음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는 제14회 순직소방관 추모식이 열렸다.
이번 추모식에는 조종목 소방청장을 비롯해 순직소방관 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 중에는 지난달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이영욱·이호현 소방관 가족들도 자리했다.
이날 추모식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조종묵 소방청장은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자 어디든 망설임 없이 뛰어든 분들이 이제 하늘의 별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와 동료들은 이들을 기억하며 명예를 세워 나가는 일에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석 소방관의 유족인 송명옥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 회장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 같은 소방관 여러분은 아비규환 같은 현장에서도 털끝 하나 다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아침에 배웅을 받으며 대문을 나선 고운 얼굴 그대로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추모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추모식이 끝나고 유족들과 동료 소방관들은 그리운 이들의 묘비를 찾았다.
작은 태극기 하나가 나부끼는 지방소방장 김도훈 소방관의 묘 앞에서 유족은 추모 준비를 하며 그리움에 눈물을 쏟았다.
강릉 석란정 화재로 순직한 이영욱 소방관 묘비에도 유족들이 찾아왔다. 한 유족은 아직도 이 소방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묘비를 부여잡고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동료 소방관들도 이 소방관의 묘소를 찾아 추모 인사를 했다. 이들 역시 마치 이 소방관을 어루만지듯 묘비를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그를 떠올렸다.
한편 현재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1994년 6월 플라스틱 공장 진화 작업 중 순직한 허귀범 소방관을 비롯해 125위가 안장돼 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2004년부터 순직소방관 추모식이 진행됐다.
2015년까지만 해도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했으나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거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