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해 이영학 살해사건 피해자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 부모 측은 경찰이 수사에 안일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30분께 피해자 김양의 부모는 딸이 실종됐다고 처음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이때 경찰은 질풍노도의 시기인 만큼 아이가 혼자 놀러 갔다가 늦게 들어올 수도 있다며 단순 '가출' 정도로 사건을 인지했다.

SBS '8시 뉴스'
그런데 여기서 피해자 부모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린다.
피해자 부모 측은 경찰에게 처음부터 딸 김양이 살해 용의자 이영학의 딸 이모양과 가장 마지막에 만났음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하루가 지난 10월 1일 오후 9시께쯤 이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양 부모는 SBS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신고했을 때부터 지구대에서 여러 차례 이양 이야기를 했고, 이양과 통화까지 했는데 경찰이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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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뷰 방송이 나가자 경찰은 갑자기 "지구대에서 (김양 부모가) 통화를 하긴 했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듣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딸을 찾고 있는 부모가 2분 18초 동안 가장 마지막에 만났다는 딸 친구 이양과 통화하고 있었는데 이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또한 SBS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지구대에서는 실종신고 시 입력해야 할 72문항 중 35개 문항만 채워져 있었다. 이 가운데 '최종 행적'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이 적혀 있지 않았다.
실종 신고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인 '마지막 행적'을 경찰 측이 안일하게 생각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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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언론에 밝힌 시간대별 활동 사항도 피해자 부모의 주장과 달랐다.
경찰은 사건을 인계받은 여성청소년계 직원이 10월 1일 밤 9시 김양 어머니에게 전화했다고 했지만, 김양 어머니 휴대폰에는 밤 11시 7분에 통화 내역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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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경찰 측은 "다음날 만나자"며 늑장을 부렸다고 했다. 결국 실종 신고한지 30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경찰은 피해자 부모와 만나 주변 CCTV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은 피해자 부모와 오전 10시부터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 부모는 12시부터 경찰과 만났다고 밝혔다.
김양 어머니는 CCTV도 자신들이 일일이 양해를 구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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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피해자 부모가 가장 의심됐던 이영학 집 앞까지 경찰을 데려갔지만, 경찰 측은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집안 수색을 주저했다.
김양의 아버지가 "형사님, 전 이 집에서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라고 호소하고 나서야 경찰의 내부 수색이 이뤄졌다.
수색에 필요한 사다리차 역시 경찰이 아닌 김양의 아버지가 지인을 통해 직접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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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의 사망 추정 시각은 10월 2일 낮 12시 30분이다. 피해자 부모가 경찰과 만나 CCTV를 확인했다는 12시에서 30분 정도 지난 시간이다.
피해자 부모는 조금 더 일찍 경찰이 수사를 서둘러줬다면 딸이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부모는 "이렇게 수사가 늦게 시작해버리면 형사들이 뭐 하러 필요하냐. 그냥 부모가 찾지"라며 "대한민국을,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경찰이 그래놓고 이게 책임지는 거냐"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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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피해자 부모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재 서울경찰청은 초동 수사가 실제로 부실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한편 경찰은 오늘(15일) 피해 여중생 살해 혐의 외에 이영학에게 추가로 제기된 부인 자살 방조, 성매매 알선, 기부금 유용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영학 수사 기록 검토를 마치고 이날 이영학을 검찰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