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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여중생 딸 죽여놓고 사과 한 번 없는 회사를 고발합니다"

25톤 화물차량에 치여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가 시공사의 책임을 묻는 탄원글을 게재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사이트

다음 아고라 '제 딸아이가 죽었습니다. 아니 그들이 죽였습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대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25톤 화물차량에 치여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가 시공사의 책임을 묻는 탄원글을 게재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4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제 딸아이가 죽었습니다. 아니 그들이 죽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게시한 배모씨는 자신이 지난 7월 14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아파트 횡단보도에서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14)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당시 이 여중생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허망하게 딸을 잃은 유가족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장례식이 끝난 후 배씨는 이번 사고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전 시행사 및 시공사가 안전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배씨에 따르면 2013년 오피스텔 사업인허가를 앞두고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공사차량 출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해당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시행사는 자진해서 주민 공청회를 열어 몇 가지 안전대책을 제시했고, 이를 지키는 조건으로 사업이 허가됐다.


그들이 약속한 안전대책은 등하교 및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운행을 하지 않고, 지정된 경로로만 운행하며 차량운행 경로 곳곳에 신호수를 배치해 보행자의 안전을 철저히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오전 7시 50분께로 당시 배씨의 딸은 등교를 하고 있었다. 


또한 배씨의 딸을 친 25톤 차량은 기존에 지정돼 있던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가고 있었으며 주변엔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질 신호수도 없었다.


배씨는 "저 수많은 약속들 중 하나라도 지켰더라면 딸아이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원망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가 어른들의 무책임한 안전의식으로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불러왔듯 이번 딸아이의 교통사고 역시 또 하나의 인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배씨는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수성구청의 주선으로 공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시공사 S건설은 안전대책을 약속한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시행사 M개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또한 외부의 안전관리는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반복하며 모든 사고의 책임을 트럭 운전자 개인에게 떠넘겼다.


결국 배씨는 시공사와 시행사 등 그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배씨는 "이들은 사과하러 온다고 말만 할 뿐 계속해서 약속을 미루더니 22일에는 공사까지 재개해 또다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다음 아고라 '제 딸아이가 죽었습니다. 아니 그들이 죽였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는 배씨.


배씨는 "저처럼 돈 없고 빽없는 일반 국민이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에게 더 이상 이렇게 짓밟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사람이 죽었는데도 책임이 없다는 S건설을 엄중히 조사해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배씨의 탄원글은 게시 4일 만에 9611명의 지지를 얻으며 목표치 1만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여중생 사망 사고 후 S건설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공사 현장 주변에 교통안내원 4명을 배치했으며 등교시간에는 공사차량 운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 여중생, 등굣길 횡단보도 건너다 25톤 화물차에 깔려 숨져대구에서 등교하던 여중생이 화물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