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1 (토)
  • 서울 20 °C
  • 인천 20 °C
  • 춘천 11 °C
  • 강릉 19 °C
  • 수원 20 °C
  • 청주 19 °C
  • 대전 17 °C
  • 전주 21 °C
  • 광주 22 °C
  • 대구 21 °C
  • 부산 23 °C
  • 제주 23 °C
사회

삼성 스마트폰 공장서 일하다 실명한 노동자를 '자살시도'로 모함한 사장

인사이트건강했을 당시 양호남씨의 모습 / 사진 제공 = 민석기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자살 시도를 하려고 메탄올을 마신 것 아닌가요?"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실명된 노동자에게 사장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은 사과도 위로의 말도 아닌 '자살시도' 모함이었다.


지난 16일 노동건강연대는 다음 스토리펀딩 같이가치를 통해 스마트폰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양호남씨의 사연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파견업체를 통해 부천의 한 삼성 스마트폰 공장에 취직한 호남씨는 2015년 12월 30일 의식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의사는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원인은 '메틸알코올(메탄올) 노출로 인한 중추신경계와 시신경 파괴'였다.


잠시 호전되나 싶었지만 죽은 시신경은 되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호남씨는 시력을 잃어버렸다. 뇌손상도 커 음식을 삼키기도 어렵고, 이따금 온몸에 경련도 찾아왔다.


인사이트실제 호남씨가 다녔던 스마트폰 부품 공장 내부 모습 / 사진 제공 = 민석기 


하지만 호남씨를 공장에 파견한 세울솔루션과 호남씨가 일했던 삼성 스마트폰 하청업체 덕용ENG는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뒤늦게 찾아온 덕용ENG 사장 조모씨는 호남씨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듣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자살시도를 하려고 메탄올을 마신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합의금으로 2천만원을 제시했다.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또다시 5천만원에 합의를 보자며 연락해왔다.


호남씨와 가족들은 "그 돈을 안 받으면 안 받았지, 가해자들이 감옥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민석기 


조씨가 운영하는 덕용ENG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실명했다. 그러나 조씨는 끝내 감옥에 가지 않았다.


법원은 조씨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 메탄올의 위험성에 무지했던 점, 동정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사유로 조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파견업체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원청업체 삼성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민석기 


여전히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호남씨와 가족들은 현재 노동건강연대의 도움을 받아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호남씨처럼 스마트폰 공장에서 고농도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노동자는 노동건강연대가 확인한 사례만 6명이다. 


계속해서 삼성, LG 등 스마트폰 공장이 안전관리 없이 메탄올을 사용한다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동건강연대는 책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보상과 장애 재활훈련을 위해 후원을 받고 있다.


시력도 잃고 희망마저 사라져버린 이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싶다면 전하고 싶다면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했나'(☞바로가기)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인사이트UN WEB TV 


한편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5차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김영신씨가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당시 김씨는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하루 12시간 밤낮없이, 2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하다 시력을 잃었다"며 "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사죄도, 보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목숨은, 우리의 목숨은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기에 기업과 한국 정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휴대폰 공장서 실명했어요"…UN서 발언한 29살 청년국내 하청공장에서 대기업 스마트폰을 만들던 29살 청년이 UN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노동자 인권 문제를 생생히 전했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