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팔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잃은 남성이 뇌사자로부터 팔을 공여받아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팔을 이식받은 환자 혈액순환이 잘된다. 조직이 살았다.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도 조금씩 움직인다."
3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결과 보고회'에서 집도의 우상현 W 병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우 원장과 의료진 25명은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10시간 동안 40대 뇌사자 팔을 30대 남성에게 이식했다. 우리나라 첫 팔 이식 수술이다.
이식 부위는 왼손부터 손목 아래 팔 5㎝까지다.
우 원장은 "수혜자인 30대 남성은 오랜 수술로 몸이 부었으나 혈압, 맥박 등 모두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일반 손목 접합 수술이 4∼5시간가량인 것과 비교해 2배가량 걸렸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신경이 아니라 근육"이라며 "사고로 절단된 수혜자 팔에 흉터가 심해 힘줄을 제대로 연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법에는 팔 이식 수술을 허가하지 않아 의료진은 별도로 신의료기술 평가 승인 절차를 거쳐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 원장은 "국내 첫 팔 이식을 준비하는 데 약 17년이 걸렸다"며 "팔도 장기처럼 이식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원장이 운영하는 W 병원에 팔 이식 수술을 받으려는 대기자는 200명이다고 한다.
팔 이식 수술은 콩팥처럼 혈액형만 맞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장기처럼 단일조직이 아닌 피부, 피하지방, 근육, 뼈, 연골, 골수, 신경 등을 옮겨야 하는 복합조직이라 오랜 연구 끝에 일반적으로 2000년대 들어서야 수술이 가능했다.
세계 첫 팔 이식 수술은 1999년 미국에서 성공했다. 세계에서 팔 이식 수술은 약 70건이고 성공률은 90%에 이른다.
의료진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수혜자 면역거부 반응을 지켜본 뒤 수술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성공이면 그는 컵에 물을 따르거나, 가벼운 짐을 드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거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기증자 피부 일부를 수혜자 허벅지에 이식해두기도 했다.
이번 수술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이 환자는 평생 한 달에 약제비 약 100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의료진은 예상했다.
건강심사평가원이 보험처리를 승인하면 월 약제비는 약 20만 원으로 줄어든다.
한편 40대 뇌사자는 간, 신장, 폐, 피부, 관절, 골수 등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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