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17℃ 서울
  • 18 18℃ 인천
  • 17 17℃ 춘천
  • 15 15℃ 강릉
  • 17 17℃ 수원
  • 17 17℃ 청주
  • 19 19℃ 대전
  • 18 18℃ 전주
  • 20 20℃ 광주
  • 21 21℃ 대구
  • 21 21℃ 부산
  • 21 21℃ 제주

"아들 정액으로 실험"…드들강 살인사건 진실 밝혀낸 71세 노교수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아들 정액은 물론 자신의 피까지 채혈했던 71세 법의학자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인사이트(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우) 이정빈 단국대 석좌교수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들에게 정액까지 받아 가며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고자 했던 이정빈(71) 단국대 석좌교수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누리꾼들의 칭송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일보는 이정빈 교수가 16년 전 발생한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의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를 찾고자 자신의 피를 채혈한 것은 물론 아들에게 정액까지 부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교수는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일명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당시 해당 사건의 용의자는 "성폭행은 했으나 죽이지는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검찰 역시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 없음' 처분을 하고 말았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무엇보다 피해자의 사망 시기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인 상황.


이때 사건 해결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과학수사팀이 작성한 문서에서 '용의자의 정액과 피해자의 생리혈이 섞이지 않았다'는 기록을 발견한다.


이 교수는 해당 현상이 용의자의 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를 직접 실험해 보기로 결심한 이 교수는 혈액은 자신의 것을 채혈했으며, 정액은 아들(38)에게 부탁했다. 


인사이트'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1일 오전 피해자 유족이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실험 결과, 정액과 혈액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7시간이 지나도 섞이지 않았다.


즉,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직후 몸을 심하게 움직이거나 이동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살해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 셈이다.


재판부 역시 이 교수의 소견을 토대로 용의자가 성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판단했고, 결국 용의자는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교수는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의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고 설명하며 "현재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만큼 시신의 상태를 정확히 기록하고 분석하면 언제든 어려운 사건을 풀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