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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눈이 '퉁퉁' 붓도록 울게 만든 할아버지의 마지막 '바나나맛우유'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늘어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우리 망구가 죽은 날 먹은 게 바나나우유 밖에 없대도!"


자신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한 할아버지는 오늘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8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 사랑하는 아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아내 B씨는 70대로, 남편보다 젊지만 건강이 좋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B씨는 심장이 좋지 않아 스텐트 시술을 한 적이 있는 데다 해가 지날수록 기력이 쇠해 쉽게 지치곤 했다.


때문에 A씨는 만지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갓난아이를 대하듯 아내를 애지중지 돌봤다. 그야 말로 지극정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 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A씨는 아내를 살뜰히 돌봤지만, B씨의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이상할 정도로 아내는 유달리 힘이 없어 보였고, 입맛이 없다며 밥 한 술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걱정이 됐던 A씨는 아내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잠깐 고민하던 아내는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다고 답했다.


A씨는 곧장 아내에게 바나나우유를 대령했다. 이를 받아 든 아내는 언제 입맛이 없었냐는 듯 맛있게도 바나나우유를 비웠다.


평소 입이 짧았던 아내는 바나나우유를 마신 후 그 어떠한 것도 먹지 않았다.


제대로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속상했던 A씨. 미안한 마음만 쌓였던 그날 공교롭게도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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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A씨는 설움에 잠겼고, 이내 B씨에게 못해줬던 것만 생각나 과거의 자신을 책망했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종래에는 '바나나우유'가 원망스러워졌다. 아내가 바나나우유를 먹고 숨졌다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제조사 고객센터에 제조사 고객센터에 당신네들 우유를 마시고 아내가 죽었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반면 고객센터 직원은 차분하게 응대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직원은 아내가 죽은 이유가 당사 제품 때문이 맞는지를 증명하는 부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아내를 잃어 굉장히 속상하겠다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내 절망에 빠진 A씨를 다독이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A씨는 몇 차례 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화를 냈고, 상담원은 이때마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A씨를 위로했다.


이를 본 자식들이 중재하고 나서야 A씨는 번뜩 정신을 차렸고, 멋쩍었는지 고객센터에 전화해 장례식장에 육개장이나 먹으러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바나나우유 제조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슬픔이 너무 크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를 너무도 사랑했고, 떠나보낸 게 믿기지 않아 나머지 애꿎은(?) 바나나우유를 원망했던 할아버지의 이 같은 모습은 故 김광석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한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