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양 '생일 케이크' 영수증으로 친부 자백 받아낸 22년 베테랑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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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범인의 '자백'이다.


준희 양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의 수상한 행적에 단순 실종이 아닐 거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목격자 진술도, 물증도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다른 촉과 집요함으로 친부에게 결국 '자백'을 받아낸 베테랑 형사가 있다.


10일 중앙일보는 딸 준희양이 살아있는 척 거짓말했던 친부 고모(37)씨의 파렴치한 가면을 벗겨낸 22년 경력의 이형석 형사의 사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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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밤 10시께 전주 덕진경찰서 진술 녹화실에 이 형사와 고씨가 앉아 있었다.


이 형사는 이날 고씨에게 "겨울이라 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이제 그만 준희 데려오자"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친부 고씨는 무너졌다.


그동안 생일에 미역국도 끓이고, 케이크도 샀다며 거짓말로 일관했지만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에 결국 "준희를 묻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동안 이 형사는 고씨가 자기가 내뱉은 거짓말에 스스로 걸려들도록 교묘히 추궁을 이어갔다.


'기저귀'가 시작이었다. 수사팀은 준희 양이 평소 몸이 불편해 기저귀를 찼다는 주변 증언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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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고씨에게 왜 4월부터 기저귀를 산 행적이 없냐고 물었다. 당시 고씨는 4월 29일에 준희 양을 데리고 가족이 다 함께 여행을 갔다고 진술했었다.


또 7월 22일에는 준희 양 생일을 맞아 주변 이웃에 미역국도 끓여 돌렸다고 말했다. 고씨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는 계속해서 기저귀를 샀어야 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케이크' 영수증에서 드러났다. 고씨는 "딸 생일 사흘 전에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형사가 자세히 영수증을 들여다보니 실제 구매 시기가 준희 양 생일 하루 전이었다. 이 형사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처음 고씨는 내연녀가 케이크를 하나 더 구매한 모양이라며 둘러댔지만,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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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고씨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감지한 이 형사는 "그만 준희 데려오자"고 승부수를 띄웠고, 결국 고씨는 자신의 범행을 실토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형사에게는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 자녀가 있다. 준희 양을 처음 봤을 때 이 형사는 자식들의 어린 시절과 준희 양 얼굴이 오버랩됐다고 한다.


그만큼 '아버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사건에 뛰어든 이 형사는 어떻게든 준희 양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는 "20여 일간 집에 제대로 못 들어가고 쪽잠을 잤지만 자식 키우는 아버지 마음으로 준희희 흔적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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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에는 "준희가 얼마나 고통을 느꼈을지 생각이 들어 오히려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형사는 "준희 양이 친부와 내연녀 학대로 숨진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당시 구체적 상황이 완전히 가려지진 않은 점에서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 같아 준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준희 양의 유기 사실은 밝혀냈지만, 사망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그에게 남아 있었다.


이 형사는 마지막으로 고씨에게 "아버지로서 딸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준희 양이 어떻게 죽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죗값을 받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죽기 전 준희는 아빠에게 폭행 당한 뒤 "물 좀 달라"고 부탁했다친부에 의해 야산에 매장당한 고준희 양이 폭행 때문에 숨졌을 수도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간 부검 결과가 나왔다.


준희 양 친부·내연녀, 유치장서 예능 보며 웃고 떠든다5살짜리 고준희 양의 시신을 야산에 묻고 가족여행까지 떠났던 친부와 내연녀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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