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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짜리 염색했는데 8만원 받는 미용실을 고발합니다"

미용 업계가 정부의 '옥외 가격 표시제'를 악용하며 꼼수로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염색 4만 원이라고 입구에 적어 놓고, 막상 가니 2배를 내래요. 정말 어이가 없었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기분 전환하러 간 미용실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미용실 앞에 쓰여 있는 저렴한 가격만 믿고 갔는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용실 측이 가격 덤터기를 씌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용실 직원이 머리하는 중간 '고객님은 머리카락이 길고 숱이 많아 O만원 더 추가되는 거 아시죠?'라고 물어 황당했다. 하지만 불만을 계속 제기했다간 '보복성'으로 머리를 일부러 망칠까 두려워 문제 제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미용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옥외 가격 표시제'를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미끼로만 이용할 뿐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옥외 가격 표시제'가 실요성이 없다는 것은 서울의 한 대학가만 다녀봐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건국대학교 인근의 한 미용실도 저렴한 가격표를 가게 앞에 적어 놓고 '머릿결이 상해 영양을 줘야 한다', '더 좋은 약을 써야 한다', '머리가 길어 기장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앞에 쓰여있는 건 중고생 가격이다, 성인은 2배이다' 등 별의별 이유를 가져다 대며 비용을 추가시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게다가 이제는 '숱 추가' 비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숱 추가'란 숱이 많아 염색이나 펌을 할 때 약과 시간을 더 써야 한다며 값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단발머리를 기본으로 조금이라도 길면 '기장 추가 비용'을 받더니, 이제는 '머리 숱'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짧은 단발 기준 염색을 할 경우 그들이 공표한 대로 정가 4만 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숱이 많을 경우에는 1만5천 원~2만 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시켜 5만5천 원~6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펌이나 매직의 경우에는 2만~3만 원을 더 추가시킨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이같은 미용 업계 꼼수의 오류는 '가격 추가'는 있는데 '할인'은 없다는데 있다.


'숱 추가 비용'을 고객들에게 이해시키려면 '숱 할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례로 기장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하는 미디엄 길이의 머리일 경우라도 숱이 적으면 기장 추가 비용 없이 '정가'를 받아야 하지만 미용실 측은 이때 모르쇠로 일관한다.


게다가 '숱'의 양이 많고 적고를 판단하는 기준도 불명확하다.


건국대학교 인근 ㄱ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 A씨는 숱 추가 비용을 받는 기준에 대해 묻자 "(경력이 있는 만큼) 손으로 머리를 잡아보면 대강 안다. 보통 감으로 결정한다"고 애매하게 설명했다.


21세기에 고객에게 돈을 더 받을지, 안받을지 추상적인 기준인 '감'으로 대충 결정하는 것이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미용실의 '옥외 가격 표시제'는 딱 4년 전인 2013년 1월 31일 업소 간 가격 경쟁을 유발해 미용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행됐다.


소비자들이 여러 미용실을 비교 분석한 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하지만 미용 업계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한 이후에도 '가격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뿐더러, 소비자들을 '호갱' 취급하며 써놓은 가격보다 최소 0.5배 이상 더 얹어 받았다.


양심 있는 몇몇 헤어 디자이너들이 "해도해도 너무한다. 특히 숱의 양에 따른 약과 시술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옥외 가격 표시제' 때문에 더이상 애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또 꼼수 재발 방지를 위해 '적용 업소 확대'와 '추가 요금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겠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