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분유 훔친 '딸 셋 아빠' 돕겠다"…곳곳서 도움의 손길

인사이트(좌) 딸 3명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를 훔친 A씨 / 연합뉴스, (우)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린 세 딸에게 줄 기저귀와 분유 등을 훔친 30대 가장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6살 난 딸 쌍둥이, 3살 난 딸에게 주려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분유, 기저귀, 의류 등을 훔친 A씨(37)가 입건된 사실이 알려진 22일부터 A씨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울산 남부경찰서로 쇄도하고 있다.


어린 딸에게 줄 분유·기저귀 훔치다 붙잡힌 30대 '가난한' 아빠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대형마트를 돌며 어린 딸 3명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 옷 등을 훔친 30대 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성남 시에서 전화한 40대 여성은 경찰관에게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많은 돈은아니지만 100만원이라도 꼭 전달하고 싶다"며 A씨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이 A씨 본인이 원하지 않아 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여성은 "대신 전해주면 안 되겠냐"며 경찰관의 계좌번호를 묻기도 했다.


이외에도 "생활비를 보태주고 싶다", "뭐라도 사서 보내주고 싶다" 등의 전화도 걸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이 같은 전화가 수십통 넘게 왔다고 밝혔다.


A씨를 돕고 싶다는 문의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 포털 사이트의 해당 기사에는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소규모 무역상에 다니는 A씨가 최근 들어서야 월급 240만원을 받으며 아내와 세 딸을 책임져야 하고, 게다가 딸 1명이 희귀병에 걸린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누리꾼들은 "오죽하면 분유와 기저귀를 훔쳤겠느냐", "240만원으로 5명이 생활하면 딸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 하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처럼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A씨는 현재까지 도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 남부경찰서 이재홍 경감은 "절도는 분명히 범죄이지만 사정이 딱해 우리도 도와주고 싶다"며 "하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이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봐 A씨가 도움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