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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지키는 여학생은 아저씨가 '내뱉은 말'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소녀상 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은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힘을 얻고 감정적인 막말에 쉽게 상처를 받을 만큼 어린 20대 초반 학생들이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배수람 기자 = "저 앞에 경찰차가 없었으면 널 칼로 찔렀을 거다"


지난 24일 인사이트는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소녀상 지킴이' 학생들을 만났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가족들의 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새벽에 몰래 이곳을 찾아 농성에 참여한 고승환(21) 학생부터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혈혈단신 고향에서 올라온 박지원(24) 학생까지 총 6명이었다.


학생들은 시민들과 친한 친구들의 격려, 가족들의 응원에 39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농성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일부 시민들의 몰상식한 막말에 상처를 받을 때도 많았다고 전했다.


최혜련(22) 학생은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시면서 '저 앞에 경찰차가 없었으면 널 칼로 찔렀을 거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솔직히 조금 무섭더라"고 충격적인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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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윤재민(21) 학생은 "보수 성향 단체인 엄마 부대 사람들이 와서 '가정 교육을 어떻게 해서 애들이 이렇냐'고 말할 때 가장 분했다"며 "어떻게 '엄마'라는 이름을 걸고 있으면서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반정부 시위를 하는 게 아니냐"며 "어린 친구들이 벌써부터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내 밝게 웃어보이며 "애초에 쉽게 될 일이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변화를 위해서는 선도하는 소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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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학생들은 감정적이고 상처를 주는 말들에 또 쉽게 상처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여러 명의 일본군을 상대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힘든 시기를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비하면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지난 20년간 묵살된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확성기 노릇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은 "억울하고 화가 나면 싸울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많은 사람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먼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 거리로 나왔다는 학생들처럼 개개인이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조속히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보태지길 희망한다.


392일째 소녀상 지키는 여학생이 먹고 싶다고 말한 음식 (영상)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추위에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노숙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배수람 기자 baeb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