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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 내부 성희롱 ‘쉬쉬’ 처리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를 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위원회 내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은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 빈축을 사고 있다.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를 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위원회 내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은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 빈축을 사고 있다.  

가해자는 같은 부서 직원을 8개월간 상습적으로 추행 및 희롱했고, 피해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인권위 직원인 피해자가 직접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 구제를 요청했지만 인권위는 '피해자의 요구사항(가해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이 이행돼 진정을 취하했다'며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문제점투성이다.

피해자인 A씨가 진정서에 '가해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바란다'고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권위가 사건 발생 기관인 인권위를 상대로 직접 권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피해자의 진정을 계기로 해당 사건이 사무총장에게까지 보고됐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  

담당 조사관은 진정 접수 이틀 후인 10월 2일 A씨와 만나 "가해자 2명이 자발적으로 외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면 진정취하 또는 합의종결 하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물었다. 

일반적으로 사건을 조사할 때 조사관은 녹음기, 노트북 등을 소지하지만 당시 그는 빈손이었다. A씨는 엄중한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고 조사관이 난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진정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조사관에게 "가해자들의 직급 및 담당업무를 고려할 때 전보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 나라도 전보하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물었으나 "피해자의 전보는 성희롱사건 처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답을 받았다.

인권위 내부 규정에 따르면 인권위는 성희롱 발생 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피해자의 상담 및 치유를 돕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A씨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인권위는 진정 각하 후 보고용 문서인 '사건예비조사 결과 보고'에 사건을 '조사 중 해결'로 분류해 상임위원의 결재까지 마쳤다.

인권위의 한 조사관은 "'조사 중 해결'은 내부 규칙에 따라 담당 부서 및 조사관의 실적 평가를 염두에 두고 '사건이 원만히 합의됐다거나 잘 해결됐을 때' 추가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지은정 활동가는 5일 "인권위가 바로 성희롱 문제를 다루는 곳이고 직장 내 성희롱 지침을 마련해 배포하는 곳인데, 사내 문제제기에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가해자의 전보가 불가능하다면 피해자의 요구대로 피해자의 부서를 바꾸든지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인권보호와 향상에 나서야 할 인권위가 기관 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은 무마하려 했다"며 "현병철 위원장은 심적 고통과 함께 스스로 휴직을 선택해 불이익을 당한 피해 직원에게 즉각 사과하고, 복직 추진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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