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서 한때 대규모 인력 이탈, 이른바 '엑소더스'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수부를 떠나려는 공무원보다 오히려 부산 근무를 희망하며 전입을 요청하는 공무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수부 부산 이전이 확정된 지난 10월 기준, 전출을 신청한 해수부 직원은 20여 명 수준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약 10명은 특정 부처와 직접 소통하며 전출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시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청사 본관 IM빌딩에 해양수산부 간판이 걸려있는 모습 / 뉴스1
통상 부처 간 인사 교류는 1대1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해수부는 부산 이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개인 사정상 부산 근무가 어려운 직원에 한해 일방 전출을 허용했습니다.
같은 시기 실시된 내부 설문조사에서는 해수부 직원의 86%가 부산 이전에 반대한다고 응답해 대규모 인력 유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습니다. 해수부에서 다른 부처로 전출한 직원 20명의 공백은 곧바로 타 부처에서 온 직원 20명으로 채워졌고, 일방 전출 사례 역시 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직 운영에 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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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최근에는 해수부 근무를 희망하는 공무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인사 교류 플랫폼 '나라일터'를 보면,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10월 이후 전입 희망자는 60여 명에 달합니다.
전입 희망 게시글은 10월 15건, 11월 29건, 12월 22건으로 매달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는 다른 기관 전입 신청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신청자들의 소속 기관은 다양했지만 근무지는 수도권이 특히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부산에서의 거주와 근무를 희망한다"는 점을 전입 사유로 들었습니다.
해수부 이전이 단순한 행정 조직 이동을 넘어, 수도권 인재들의 지역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부산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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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부산의 현재 인구는 약 325만 명으로, 지난 10년간 26만 명이 줄었습니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5년에는 인구 3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청년 인구 감소가 두드러집니다.
15~39세 인구는 지난 10년간 29만 명 줄어 86만 명 수준에 그쳤으며, 감소 폭이 전체 인구 감소분을 웃돕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5%(81만 명)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이로 인해 부산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다소 씁쓸한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부산은 삼성과 LG의 탄생지지만, 한국 100대 기업 중 어느 곳도 이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다"며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부산의 거주 매력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입니다. 부산시가 실시한 '2025 부산사회조사'에 따르면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한 시민은 77%에 달했습니다.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정서적 안정감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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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같은 조사에서 부산시가 고용 확대를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일자리 확대'(47.1%)와 '기업 유치 및 고용 촉진'(24.9%)이 1·2순위로 꼽혔습니다.
시민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부산에서 살고 싶지만 경제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공공부문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안착하고, 주거·교육·생활 여건에 대한 지원이 병행된다면 부산은 '떠나는 도시'가 아닌 '찾아오는 도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번 변화가 단발성 이전에 그치지 않고, 부산의 인구 구조와 도시 경쟁력을 바꾸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