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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받고 학교 복귀한 성범죄 가해자에게 고대생이 쓴 대자보

서울 유명 사립대에서 성폭력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과 함께 계속 학교에 다니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이트(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우) Facebook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너는 잘 살 것이다.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2일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는 페이스북에 같은 학교 동료 학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여학생 A씨가 쓴 대자보를 게재했다.


A씨는 2년 전 동료 학생 서모(24)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몸을 더듬었고 모텔로 끌고 가려 했다.


이 일로 A씨는 택시를 타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서씨는 '초범'인데다 미래가 촉망되는 학생이라는 교수와 학생들의 탄원서로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그래서 A씨는 징계기간이 끝나자마자 복학한 가해자인 서씨와 같은 공간인 고려대학교에서 지내게 됐다.


서씨는 법원에서 "곧 군대를 가게 되면 A씨와 자동 격리되게 된다"며 간절한 말로 항소를 했다. 하지만 서씨는 '집유'로 감형을 받자마자 병역 면제 판정을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


A씨는 "그렇게 말도 안되는 곳에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고도 너는 잘 살 것이다"라며 안좋은 기억이 오랜 시간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것과 달리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범죄를 한때의 일로 치며 잘 살 것이라 한탄했다.


A씨의 글에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실효성 있는 처벌을 받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계속해서 겪어야 하는 고통과, 그런 고통을 쉽게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비단 A씨 사건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 혼자 상처를 떠안은 채 가해자가 잘 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자가 쓴 이 대자보는 울림이 크다.


인사이트facebook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