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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나는 우리나라 교육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

자타가 인정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서울대학교 학생이 자신을 "우리나라 교육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Instagram 'hklee2007', Facebook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자타가 인정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서울대학교 학생이 자신을 "우리나라 교육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한 학생이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회의감에 젖은 듯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고등학생 때 나는 최고였다.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며 "내신 공부는 범위 안의 내용을 다 외울 정도까지 했다. 수능 공부도 매일 매일 지겨울 정도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스로를 가리키며 "내신도 최고, 모의고사도 최고, 수능도 최고. 이 정도면 얼마나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나도 신기하다"며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그는 공부 외에 다른 활동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그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있으면 꼬박꼬박 나가 상을 타오고 연구 활동, 동아리 활동, 대표직까지 여러차례 맡았고 틈틈이 책도 많이 읽었다. 

 


연합뉴스

 

결국 국내 최고 명문대생이 된 그는 "지금도 나는 최고다. 나는 수업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듣고 과제도 최선을 다해서 한다. 학점도 최고다.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 모두 내가 열심히 산다고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별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며 "교수님들이 가르쳐주신 내용을 공부하고 일이 주어지면 하고 그게 다인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또 "나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교수님한테 소질이 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하지만 내가 쓴 글에는 내 생각이 없다. 색깔로 치면 무채색이다"며 특색없는 자신의 필력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 옷장에는 흰색, 회색, 검정색 옷들이 정말 많고 내 머리색은 언제나 검정색이었다"며 "바빠서 여행도 잘 다니지 않아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할만한게 없다"고 회의감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그는 "오늘 큰 실패를 했다. 나는 최고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고라는 것의 기준은 뭘까?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걸까?"라며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이어 "나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육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잘 못 놀고, 잘 못 마시고, 잘 못 사랑한다. 그건 배운적이 없다"며 주어진 일에만 열심히 했던 과거 시절을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나는 변할거다"며 "지금까지는 내 앞에 놓인 길만 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찾은 길을 갈거다. 내 생각을 하고 내 생각을 쓰고 내 생각을 말할거다. 더 잘 놀고, 더 잘 마시고, 더 잘 사랑할거다"고 새롭게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글은 어떠한 선택의 자유도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획일적인 대한민국의 입시교육 문제점을 드러내며 결국 수동적이고 자기선택권이 부족한 이로 성장하게 해 씁쓸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한편 이를 본 누리꾼들은 "그래도 자신만의 길을 찾기로 결심했으니 그 과정 자체로 의미 있는 길이다", "책에서 '무채색은 색깔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도를 가진 온전한 하나의 색'이라고 했다. 걱정마요"라며 글쓴이를 훈훈하게 응원했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