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딸을 둔 아빠가 '강남역 살인사건' 접하고 보낸 편지


(좌)연합뉴스, (우)Twitter 'bofyouth910'

 

[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아들아, 진정한 차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강남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을 뉴스로 접한 한 아빠가 자녀들에게 남긴 이메일 내용이 화제다.

 

지난 18일 한 트위터 유저는 자녀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 아빠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에 딸을 둔 채 아들과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빠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강남역 살인 사건'을 접했다.

 

아빠는 "한국에 누나를 보낸 아빠로서 그리고 한국 국적의 아들을 둔 아빠로서 걱정이 들어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며 장문의 편지를 써내려갔다.

 

그는 "우리나라 주요 범죄들은 대부분 남성에 의해 일어나고 그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가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들은 남자들을 두려워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사회의 오류까지 남자들이 더 넓게 봐야하는거 아닐까?"라며 일침을 가했다.

 


Twitter 'bofyouth910' 

 

또한 아빠는 "조신하게 다녀라, 밤에 돌아다니지 말아라, 이런 말들이 모두 '여자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성행하는 성차별이다"면서 "여자들에게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가르쳐야할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밤에 돌아다니는 여성을 해코지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는 걸 가르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가 아니라 '피해자가 되지 말아라'를 가르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여혐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 노출된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향해 "설령 우리가 성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늘 이 문제에 대해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냉철하게 지적했다.

 

끝으로 아빠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봤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빠랑 얘기좀 하자"고 마무리하며 다정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면모를 보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멋진 아버지다. 부럽다", "내 동생에게도 보여줘야겠다"며 감탄했다.

 

이번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살해의 원인을 두고 '여혐이다', '아니다'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떠나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걱정하는 아빠의 조언이 누리꾼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