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ebook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 숲'
[인사이트] 전소영 기자 = 집행부 MT에서 벌어진 성희롱 파문에 대한 해당 학과 학생회장이 올린 사과문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외대 교내 커뮤니티 대나무 숲에는 독일어과 집행부 MT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관련한 고발글이 익명으로 게재됐다.
며칠 전 진행됐던 한국외대 독일어과 정기총회에서 한 여학우가 집행부 MT에서 성희롱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며 학생회의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해당 학과 집행부 MT에서 학생회장을 포함한 집행부원 일부가 진실게임을 했고, 그 과정에서 "성적 판타지는 뭐니", "네가 상상해본 자세는 뭐니"라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이 오고 갔다.
게임에 참여한 집행부원 가운데는 CC인 남학우가 있었고, 모든 일을 전해 들은 상대 여학우가 그들 중 세 명의 제명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두 명은 예외 됐다.
글쓴이는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일을 왜 정기총회까지 들고 와 본인들의 시간을 뺏느냐는 식의 학생들의 무신경한 태도다"라고 말했다.

Facebook 'Hufs Deutsch'
이후 사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해당 학과 학생회장은 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이는 보여주기 식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사건을 전해 들은 여학우가 그 게임에 참여한 학우 세 명에 대한 제명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우분을 제명하게 됐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일에 대한 공개사과 이후 제명되지 않은 나머지 두 학우의 제명에 대한 안건이 의결됐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부결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사건이 일어난 당시 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리지 않은 점, 이 과정에서 성적인 수치심이 들 수 있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아닌 어느 누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냐"며 "학생회장도 가해자 중 한 명인데 자신만 빠져나가려는 듯 보인다"고 공분했다.
해당 사건을 통해 성희롱 문제에 대해 가해자에는 굉장히 관대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인색한 우리나라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전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