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사법개혁 '동물농장' 빗댄 현직 판사... "부당한 공격엔 맞서야"

한 현직 판사가 검찰청 폐지 시도와 대법관 증원 등 최근 형사사법체계를 둘러싼 일련의 변화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비판하고 나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찬용(사법연수원 44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전날(30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성 판사는 이 글에서 "검찰 폐지,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와 국정조사 시도 같은 일련의 변화와 심각한 혼란 속에서 결국엔 단 한 줄로 요약되어버린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 후 스탈린 독재 체제를 풍자한 작품이다. 인간의 착취에서 벗어난 동물들은 평등한 사회를 꿈꿨지만, 돼지들은 새로운 특권층이 되어 인간과 닮아가며 다른 동물들을 지배한다.


평등의 상징이던 '동물 칠계명'은 최종적으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는 하나의 계명으로 변질된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성 판사는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며,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형사사법체계가 저조차 알 수 없게 바뀌는 등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롭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저와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최근 이뤄진 일련의 변화를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을 위한 발전적인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분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 판사는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당나귀 '벤자민'을 언급했다. 벤자민은 돼지들의 만행을 모두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법원 구성원이 다들 벤자민처럼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관련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알고만 있다는 것이 절대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고 순응하는 것만큼 비겁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법관의 역할과 권한에 관한 여러 내용을 규정해둔 것은 문제들을 외면하고 순응하라고 만들어둔 것이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판사는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며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어떤 법관으로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