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신간]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다큐멘터리 감독 왕민철이 십 년간의 작업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지난 2019년 개봉작 '동물, 원'을 시작으로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까지 이어진 '동물 삼부작'의 이면을 풀어낸 기록이다.


왕민철 감독은 첫 촬영을 시작한 이래 십 년이라는 시간을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쏟아부었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원에서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은 그 여정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다만 영화 제작 비화나 후일담을 다루는 대신, 작품의 바탕이 된 생각과 경험을 시적인 문장으로 담아냈다.


9788931027198.jpg사진 제공 = 문예출판사


책은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던 풍경들을 펼쳐 보인다.


감독 스스로 "단단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세 영화의 바탕이 되었을 이야기"라고 설명한 대목들이다. 왜 십 년 동안 하나의 주제에 천착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중심축이다.


서서히 젖어 들고 스며드는 문장들은 사람과 동물이 빚어낸 다양한 순간을 포착한다. 외양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노동 속에서도 생명에 대한 예의를 발견하고, 동물원과 생츄어리라는 상반된 공간이 품은 의미를 톺아본다. 변화가 더디게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도 조금씩 달라져온 지점들을 감독은 놓치지 않는다.


왕민철 감독은 우리가 동물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매일 아침 똥을 치우고 사료를 섞는 반복 노동 안에서 최소한의 존엄을 읽어내고,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을 지금과는 다르게 채울 수 있다면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서로의 이름과 개성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관계, 그것이 감독이 십 년간의 작업 끝에 내놓은 질문이자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