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수)

이랜드, 국내 기업 최초 '기네스 2관왕' 달성... 지하 수장고 30년 수집 역사 공개

이랜드그룹이 30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방대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 최초 소장품 분야 기네스 세계 기록 2관왕에 올랐다.


28일 오전 이랜드그룹은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손민영 기네스 세계 기록 심사관을 비롯해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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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이 10월 28일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식을 성료했다. 왼쪽부터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 손민영 기네스 세계 기록 심사관,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 / 사진 = 인사이트


이날 이랜드그룹은 여행 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으로 각각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가방 컬렉션(Largest Display of Travel Bags)'과 '세계 최대 규모의 북엔드 컬렉션(Largest Display of Bookends)'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국내 기업이 소장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단일 기업이 2개 부문에서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컬렉션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독보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인증은 이랜드그룹이 1995년부터 30여 년간 이어온 집념 어린 아카이빙의 결과물이다. 패션, 음악, 영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만 100만 점이 넘는다.


인사이트이랜드뮤지엄 북엔드 컬렉션 / 사진 = 인사이트


'일상의 물건이 시대를 기록하고 디자인의 영감이 된다'는 철학 아래, 국내 1위 패션 기업으로서 디자인 연구의 토대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료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진정성이 30년 수집의 동력이 됐다.


30년 수집의 결실... 수장고 가득 채운 시대별 소장품


공식 인증식 직후 진행된 'R&D 아카이브 투어'를 통해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1층과 2층에 위치한 약 2,000평 규모의 수장고가 공개됐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기네스 인증을 받은 '북엔드 컬렉션'이었다. 책이 귀했던 시절, 북엔드는 부유층의 서재에서 책을 지탱하는 실용품이자 소유자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나무와 돌, 청동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북엔드부터 동물·사물·인물을 섬세하게 형상화한 제품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수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인사이트수많은 타자기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 사진 = 인사이트


이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형형색색의 타자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에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진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 휴대용 타자기도 포함돼 있어 시선을 끌었다.


타자기에 이어 수많은 재봉틀이 눈앞에 늘어섰다. 100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작동하는 재봉틀은 물론, 보관 케이스까지 완전한 상태로 보존돼 있어 탄성을 자아냈다. 그 뒤로는 각종 재봉 도구와 부자재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인사이트수장고에 가지런히 늘어선 타자기들의 모습 / 사진 = 인사이트

                                       

30만 점 패션 아카이브... 디자이너들의 영감 창고로


이랜드글로벌R&D센터는 단순한 보관소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R&D 센터를 지향한다. 특히 패션연구소는 단순한 의상 보관소를 넘어 디자이너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연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사이트수장고 한편을 가득 채운 재봉틀들의 모습 / 사진 = 인사이트


패션연구소의 패션 아카이브에는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비롯해 30만 점 이상의 다양한 의상이 보관돼 있다.


의상들은 도서관의 책처럼 스타일과 용도별로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성조기와 카우보이 모티브의 아메리칸 스타일부터 실제 군복 밀리터리, 각종 패턴 의상에 이르기까지 원형을 유지한 채 보관돼 있었다. 실제로 이랜드 소속 디자이너들은 이곳을 찾아 직접 의상을 살펴보고 대여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영감의 창고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행 가방 컬렉션'에서는 이동 수단의 발달에 따라 변화해 온 여행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수장고 입구에는 1920~30년대 미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클래식카 '포드 모델 A'가 자리하고 있었다. 과거 자동차 뒤편에 여행용 트렁크를 실어 운반했던 방식이 오늘날 자동차 짐칸을 뜻하는 '트렁크'라는 명칭으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마차 여행 시절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윗부분을 둥글게 만든 '돔 탑 트렁크'부터 선박 여행에 사용된 '워드로브 트렁크', 카펫 소재의 가방인 '카펫백', 항공 여행의 확산과 함께 등장한 가벼운 '하드쉘 케이스'까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여행 가방의 형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인사이트패션연구소 패션 아카이브에 보관된 군복들 / 사진 = 인사이트


대중문화 아카이브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친필 서명이 담긴 원작 소설 초판본을 비롯해 스칼렛 오하라의 리메이크 커튼 드레스 등이 보관돼 있었다.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주목받는 컬렉션에는 대표작 포스터와 촬영 카메라,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실제 착용한 의상 등이 포함됐다. 영화 '십계'의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 등 특수효과 촬영에 사용된 것으로 소개된 '미첼 비스타비전 하이스피드 #1(Mitchell VistaVision High Speed #1)' 카메라도 눈길을 끌었다. 해당 카메라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김우형 촬영감독이 직접 방문해 설치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패션연구소 패션 아카이브에 보관된 의상들 / 사진 = 인사이트


이랜드의 소장품은 이미 세계 유수 기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의 '할리우드 코스튬' 전시나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개관 당시에도 주요 전시품의 절반이 이랜드의 소장품을 대여받아 구성되었을 정도다.


30년 축적한 문화 자산, 패션 R&D 경쟁력으로


이랜드그룹이 문화예술 자산 수집에 공을 들인 배경에는 장기적인 문화 콘텐츠 수요에 대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는 "처음 수집을 시작할 당시, 선진국일수록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문화예술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성장했을 때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수집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클래식카 '포드 모델 A' / 사진 = 인사이트


이어 "소장품들은 그룹 내부 사업과도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과거 평창 올림픽 당시 IOC 위원들이 평창 켄싱턴호텔에 전시된 동계 올림픽 소장품을 보고 감동해 그 자리에서 베이스캠프로 결정하기도 했고, 외식 브랜드 '애슐리'의 스토리텔링이나 메인인 패션 사업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향후 일반 관람객에게도 단계적으로 소장품 공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이랜드뮤지엄 여행가방 컬렉션 / 사진 = 인사이트


건물 설계 단계부터 박물관 수준의 아카이브를 염두에 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는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단순한 사옥이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박물관 수준으로 설계해 로비에서부터 아카이브의 규모와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남겨두었다"고 말했다.


서 디렉터는 "손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차곡차곡 하나씩 모아온 결실"이라며 "관리와 보존이 가장 까다로운 항목이 의류이지만, 패션 기업인 만큼 섬유와 의상 보존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킬링 콘텐츠' 소장품만 1만 점에 달하고,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인 소장 규모를 자랑하는 분야만 10개가 넘는다. 양과 질 모두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사이트(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컬렉션, (우) 마릴린 먼로 컬렉션 / 사진 = 인사이트


이랜드는 향후 최대 30개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도전하고, 이랜드글로벌R&D센터를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갖춘 패션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