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에서 누렸던 포근한 침구와 은은한 우디 향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이 이제 백화점에서 그 경험을 살 수 있게 됐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객실 안에서만 만나볼 수 있던 자체 브랜드(PB) 제품들을 최근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며 '호텔 밖'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3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9층에 '롯데호텔앤리조트 베딩' 매장을 열었다. 자체 브랜드 매장이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에서는 베딩 브랜드 '해온(HEON)'과 프리미엄 라인 '해온 클래식'을 중심으로 이불, 커버, 타월, 로브, 페더베드, 베개 등을 판매한다. 시그니엘 객실에서 쓰는 '프레떼 포 시그니엘' 침구·파자마 등과 어메니티 브랜드 '에미서리.73'의 바디워시, 샴푸, 캔들, 디퓨저, 룸스프레이 등도 함께 판매한다.
지난 23일에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자체 브랜드 어메니티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시시호시(SISIHOSI)'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을 시작으로 28일 부산본점, 이달 말 김포공항점에 순차적으로 입점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자체 베딩 브랜드 '해온(HEON)' 매장 / 사진 제공=롯데호텔앤리조트
판매 제품은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어메니티 브랜드 '에미서리.73'과 L7 바이 롯데호텔의 '데페이즈모' 등 총 7종이다. 에미서리.73은 인리칭 바디로션과 바디워시, 핸드크림, 어메니티 키트 등 4종으로 구성했다. 데페이즈모는 바디로션과 바디워시, 핸드크림 등 3종을 선보인다.
집에서도 호캉스 감성 그대로... 객실 소모품의 변신
과거 호텔 어메니티는 객실에 투숙해야만 얻을 수 있는 소모품이었다. 그러나 호캉스 수요가 확대되고 호텔에서 누린 프리미엄 감성을 일상에서도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변화를 맞았다. 투숙객이 가방에 챙겨오거나 객실에 두고 오던 비품이었던 어메니티가 이제는 호텔의 고유한 철학과 감성을 담은 독자적인 'PB 상품'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에미서리.73은 롯데호텔이 2023년 개발해 2025년 객실에 도입한 어메니티 브랜드다. 우디 향과 장미 향을 조합해 롯데호텔 특유의 분위기를 담았다. 이후 투숙객의 판매 요청이 이어지자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를 시작했고, 제품군을 트래블 키트와 핸드크림 등으로 넓혔다.
에미서리.73 / 사진 제공=롯데호텔앤리조트
올해 8월에는 롯데호텔 부산 1층 로비에 '이숍(e-shop)'의 첫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 형태로 조성해 어메니티를 비롯해 김치, 침구 등 PB 상품 판매 접점을 확대했다. 호텔 안 쇼룸에서 시작한 오프라인 판매가 시시호시 입점과 백화점 매장으로 이어지며 호텔 밖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실적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났다. 롯데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어메니티 매출은 올해 2분기 직전 분기 대비 80% 증가했다. 올해 8~9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5배 늘었다.
호텔, 숙박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이러한 행보는 호텔업계가 숙박 서비스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제공하던 침구와 어메니티를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하고,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해 별도의 수익원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데페이즈모 / 사진 제공=롯데호텔앤리조트
호텔 입장에서는 숙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도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호텔에서 경험했던 침구와 제품을 일상에서도 사용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휴식과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객실에서의 경험을 일상적인 상품 소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 유통 관계자는 "고객들이 호텔에 지불하는 비용은 단순히 침대 1박의 가격이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전체에 대한 비용"이라며 "어메니티와 PB 상품의 유통은 호텔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