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받을 때 "동일성분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효능은 같고 약값은 30~50% 싸진 복제약으로 조제받을 수 있다.
고혈압약을 10년째 복용 중인 회사원 김모(58)씨는 최근 약국에서 낯선 질문을 받았다. 약사가 "처방된 약 대신 성분과 함량이 동일한 저렴한 약으로 바꿔드릴까요"라고 물은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승낙한 김씨는 그달 약값이 평소보다 30% 넘게 줄어든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약효는 동일한데 가격만 낮아진 이른바 '동일성분 대체조제'를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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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복제약(제네릭)은 오리지널 신약과 성분·함량·제형이 완전히 같다고 인정받는다.
혈중 약물 농도와 흡수 속도 등을 비교하는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동일 성분 의약품'으로 등재되기 때문에,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임상적 차이가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반면 가격은 신약 개발 비용과 특허료가 빠지면서 오리지널 대비 30~50% 가량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조제란 무엇
약사법상 이런 교체 조제를 '대체조제'라고 부른다.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도 처방 의약품과 성분·함량·제형이 동일한 저가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환자가 먼저 요청하지 않더라도 약사 재량으로 안내할 수 있고, 반대로 환자가 "동일 성분으로 바꿔달라"고 먼저 요청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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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임의로 아무 약이나 바꾸는 것은 아니다. 약사는 조제 후 처방 의사에게 대체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 '사후통보' 의무를 진다.
통보 수단은 그동안 전화나 팩스가 대부분이어서 약국 현장의 행정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체 조제 건수 대비 저가약 대체조제 비율도 낮은 수준이었다.
통보 전산화로 문턱 낮아져
이런 상황에서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올해 2월 2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산 통보를 사후통보 수단에 추가했다.
약사가 전화나 팩스를 거치지 않고 심평원 포털이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로 곧바로 대체조제 사실을 입력하면, 처방 의사에게 자동으로 통보되는 방식이다. 약국 입장에서는 통보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대체조제를 안내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간소화가 대체조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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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약 대체조제가 현재보다 50%가량 늘어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서울 지역 구약사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품절약은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상황이나 불용재고약으로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에 놓였다"며 대체조제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체조제 활성화에서 더 나아가 처방전에 특정 제품명 대신 성분명만 기재하도록 하는 '성분명처방' 법안이 야당 주도로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약품 품절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대체 약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처방권 침해와 환자 안전 우려를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환자가 실제 쓰는 법
제도 변화와 별개로 환자가 당장 쓸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을 때 "동일성분 조제로 해달라"고 요청하면 약사가 보유한 동일 성분 의약품 중에서 선택해 조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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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으로 매달 같은 약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나, 감기약처럼 단기간 여러 종류를 처방받는 경우 모두 해당된다.
다만 모든 의약품에 동일 성분 대체 가능 품목이 등재된 것은 아니어서, 약국에 재고가 없거나 생동성 인정 품목이 없는 약은 대체조제가 불가능할 수 있다. 또 처방전에 의사가 '대체조제 불가'를 별도로 표시한 경우에는 약사가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약값은 건강보험 본인부담률(통상 30%)이 적용된 금액을 기준으로 깎인다. 오리지널 약값이 한 달 치 3만원이라면 대체조제 후 본인부담금은 제품에 따라 1만원 안팎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약업계 설명이다. 장기 복용 환자일수록 연간 누적 절감액이 커지는 구조다.
고령층·다약제 복용자 유의점
특히 혈압·당뇨약처럼 여러 종류의 약을 함께 복용하는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에게 동일성분 조제의 체감 효과가 크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한 품목만 바꿔도 매달 드는 약값 부담이 줄어드는데, 품목 수가 많을수록 누적 절감 폭도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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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알약의 색상이나 모양이 처방 당시와 달라질 수 있어 복용 중 혼란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약국에서 복약 안내서를 함께 받아 변경된 외형을 확인해두면 혼동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약사들의 조언이다. 또 희귀질환 치료제나 치료역이 좁아 혈중 농도 관리가 중요한 일부 약물은 대체조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신중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있어, 해당 여부는 약국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약값 절감 효과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일 성분 저가약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오르면 그만큼 건강보험 지출 구조에서 고가 오리지널 약 비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가 통보 체계 전산화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재정 효율화 요인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처방전을 받을 때 "이 약, 동일 성분으로 바꿔주실 수 있나요"라는 한마디면 제도 자체는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