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수)

"뽑으면 버렸는데"... 사랑니 속 줄기세포, 신경 재생 길 열었다

극심한 통증과 염증으로 뽑아 버리기 바빴던 사랑니가 퇴행성 뇌 질환과 신경 손상을 치료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사랑니 속 치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특정 조건에서 배양하면 뇌 신경세포와 유사하게 분화해 전기 신호까지 정상적으로 전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Stem Cell Research & Therap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발치한 사랑니 내부의 치수 줄기세포를 채취해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사랑니 치수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롭고 채취가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생학적으로 신경능선에서 유래해 신경계 조직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다.


Man_holding_aching_cheek_2026102709101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연구진은 세포 배양 과정에서 레티노산과 염화칼륨을 투입해 분화 효율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배양 초기 단계에서 신경 전구체 표지 물질과 시냅스 관련 단백질 발현이 크게 증가했다.


배양 기간을 2개월까지 늘리자 전압 개폐성 나트륨·칼륨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외부 자극에 따라 실제 뇌 신경세포처럼 반복적인 활동 전위를 발생시키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형태만 신경세포를 닮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전기 생리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사랑니 줄기세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도 확인됐다. 또 다른 국제 학술지 '노화 연구 리뷰(Ageing Research Reviews)'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사랑니에서 추출한 치수 줄기세포는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뇌 손상을 줄이고 기억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을 억제하고 신경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기전도 함께 확인됐다.


1000.jpg국제 학술지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


성인의 중추신경계는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기 어렵다. 파킨슨병이나 뇌 외상 등 난치성 신경계 질환 치료가 증상 완화 수준에 머물러 온 이유다. 입안 골칫거리로 여겨지며 의료 폐기물로 버려지던 사랑니가 신경 재생 의학의 핵심 자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