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미국 조선·방산업체 오스탈USA 인수를 놓고 경쟁 중인 미국 투자그룹이 다른 조선소 인수에 나섰다.
한화가 오스탈 측과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상하고 있지만, 경쟁사 와일드캣의 인수전 철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3일 미국 조선·방산업계에 따르면 와일드캣 에쿼티 파트너스 계열사인 와일드캣 디펜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조선·해양기업 프레이저 인더스트리를 인수하기 위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한화그룹
프레이저 인더스트리는 프레이저 조선소를 비롯해 선박 제작·수리 관련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프레이저 조선소는 미국 오대호 지역에서 선박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상선과 군용 선박 건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와일드캣은 인수 이후 프레이저 조선소의 생산시설과 인력을 확대하기 위해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실제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거래는 약 3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이저 인더스트리는 국내 조선기업인 HD현대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조선소 설계와 생산설비 개선, 자동화 기술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 실사 기간 연장…오스탈과 거래 조건 협상
미국 프레이저 조선소 전경 / Fraser Shipyards 공식 홈페이지
와일드캣의 새로운 조선소 인수 움직임은 한화가 추진하는 오스탈USA 인수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8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10억5000만~12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이후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가 12억5000만~13억5000만달러를 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와일드캣의 제안액은 상한 기준으로 한화보다 1억5000만달러 높았다.
한화 역시 오스탈과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논의하며 인수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오스탈은 지난 14일 호주증권거래소(ASX) 공시를 통해 한화디펜스USA의 실사 기간을 연장하고, 잠재적인 거래의 세부 조건에 관한 상업적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스탈 USA가 지난 2월 앨라배마주 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차세대 원정고속수송함 '랜싱(Lansing)함'의 진수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 오스탈 USA
오스탈에 따르면 주요 실사 쟁점은 대부분 정리됐으며,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추가 자료 요청 등이 남아 있다. 양측은 인수 거래에 따른 세금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경쟁사 철수는 미확인…최종 계약·정부 승인 변수
와일드캣의 새로운 조선소 인수가 오스탈USA 인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오스탈은 지난 14일 공시에서 와일드캣과도 인수 제안에 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일드캣 역시 프레이저 조선소 인수 발표에서 오스탈USA 인수 제안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와일드캣은 지난 21일 프레이저 인수 공식 발표문에서 이번 거래를 "오스탈USA 인수 제안에 이어 미국 조선업과 선박 수리 역량을 재건하기 위한 전략의 다음 단계"라고 명시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오스탈USA 인수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건물 전경 / 한화
한화는 지난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조선시장에 진출했다. 필리조선소가 상선 건조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면, 오스탈USA는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함정을 공급하는 업체다.
특히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는 미국의 버지니아급·컬럼비아급 핵추진잠수함에 들어가는 모듈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확보하면 미국 군함 건조와 잠수함 관련 공급망에 참여할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인수를 위해서는 최종 가격과 거래 조건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심사와 승인 절차도 넘어야 한다.
최종 인수 여부는 양측의 제안 조건과 오스탈의 판단, 관계 당국의 승인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