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기호가 8년 만에 다섯번째 소설집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펴냈다.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으로 주목받아온 그가 이번 작품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기호는 그동안 소외된 인물들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그 다정함 이면의 위선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인간의 모순을 유머로 풀어내며 자조적 웃음을 전해온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2018 동인문학상과 노근리평화상을 받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후 8년 만에 나온 신작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의 시선은 개인의 위선과 모순을 넘어, 그런 모순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향한다.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경직된 체제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한계와 마주한 개인의 복잡한 내면을 작가는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주목할 점은 이 소설들의 화자 대부분이 '이기호'라는 사실이다. 무수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호명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며 제도 속 소설가로서 쓰기의 의미를 질문한다.
업력 27년차 작가가 자신도 속한 세계에서 길어올린 문제의식을 정리해 독자에게 전하는 보고서인 셈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그의 유머는 이전보다 조용하지만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한국문학계와 인간 사회, 그리고 자신을 향한 풍자 속에서 대상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기호는 웃음을 유지한 채로 자기 자신을 포함해 가장 소중한 대상들을 향해 일침을 놓는다. 사랑해온 것들을 계속 사랑하기 위해 상소의 시작을 쓰는 두려움을 감내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이기호는 이번 소설집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