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주 12만9800원...10㎎ 유지용량은 4주 29만9200원
보도된 증량 일정대로면 첫 16주 공급가 합계 93만5000원
환자 결제액과 다른 공급가...한미는 구체적인 가격 공개 안 해
비만약 가격에 '반값'이라는 말이 붙었다. 출시를 앞둔 한미약품 '에페'를 소개하는 보도들이다. 첫 달 13만원이라는 숫자가 눈길을 끌지만, 투약을 이어갈 때 드는 비용은 다르다.
사진제공=한미약품
보도된 13만원은 낮은 용량으로 시작하는 첫 4주분 공급가다. 증량 일정에 따라 다음 4주는 약 23만원, 10㎎ 유지용량에서는 4주 약 3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금액도 환자가 진료·처방을 받고 약을 구매하는 데 드는 최종 비용은 아니다. '반값'으로 알려진 가격에는 투약 기간과 공급가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23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에페의 1회 투약분 공급가는 2㎎ 2만4200원, 4㎎ 4만700원, 6㎎ 5만7200원, 8㎎ 6만9300원, 10㎎ 7만4800원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실제 환자 부담액과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공급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13만원으로 시작해도, 계속 13만원은 아니다
첫 4주 공급가 12만9800원은 2㎎과 4㎎을 각각 두 차례 투여하는 기준이다. 낮은 용량으로 투약을 시작하는 기간에 해당한다.
보도된 일정에 따르면 5~8주에는 6㎎을 네 차례 투여해 공급가가 22만8800원이 된다. 9~12주는 8㎎ 기준 27만7200원이다. 이후 10㎎ 유지용량의 4주분 공급가는 29만9200원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과 증량 일정대로 계산한 첫 16주 공급가는 93만5000원이다. 4주 평균으로 나누면 23만3750원이다. 실제 처방에 따라 일정은 달라질 수 있지만, 보도된 가격표에서 13만원이 적용되는 구간은 첫 4주다.
'첫 달 13만원' 다음에 드는 비용도 가격표 안에 있다. 시작 가격만으로는 지속 투약에 필요한 지출을 가늠하기 어렵다.
'반값' 비교에 쓰인 것은 시작용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마운자로와의 가격 비교도 초기 투약분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에페의 첫 4주 공급가 약 13만원을 마운자로 최저용량의 4주 공급가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 비교에는 이후 증량 과정과 유지용량으로 투약하는 기간이 반영되지 않았다. 장기 비용 차이를 확인하려면 두 제품의 용량별 가격과 투약 기간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첫 4주의 가격 차이를 치료 기간 전체로 늘려 잡을 근거는 없다.
그런데 출시 전 가격을 소개하는 기사 제목에는 '반값'과 '13만원'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일부 보도는 본문에 유지용량 가격을 함께 적었지만, 제목에서 강조한 금액은 초기 투약분이었다.
공급가는 알려졌지만, 실제 부담액은 별개
가격표를 끝까지 읽어도 환자가 얼마를 내는지는 남는다. 알려진 금액이 공급가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에페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회사 공급가와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가격이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의 진료·처방 환경 등에 따라 환자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설명대로라면 12만9800원을 첫 4주 치료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유지용량의 29만9200원도 환자의 최종 결제액을 뜻하지 않는다. '반값'이라는 표현이 실제 지출에서도 성립하는지 판단하려면 공급가끼리의 비교를 넘어 환자가 내는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22일 의료인 대상 심포지엄에서 오는 29일께 일부 의료기관에서 에페 처방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처방 개시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은 용량별 공급가다.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환자가 실제 결제할 금액은 첨부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