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외식을 자제하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저렴한 메뉴로 해결하는 젊은 세대가 연회비 수백만 원대의 프리미엄 신용카드 주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절약과 사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의 소비 패턴이 금융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이 인용한 로이터통신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전망을 인용해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아멕스 카드 지출액이 처음으로 X세대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미국 개인용 골드·플래티넘 카드를 새로 발급받은 고객 중 약 75%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였다. 플래티넘 카드 신규 고객의 평균 연령은 33세, 골드 카드 신규 고객은 29세로 나타났다.
플래티넘 카드의 연회비는 895달러(약 130만원), 골드 카드는 325달러(약 47만원)에 달한다. 프리미엄 카드가 중장년층이나 고소득층의 전유물이라는 기존 인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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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가 전반적인 소비를 늘린 것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올해 발표한 조사 결과 Z세대의 40%는 생활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도 무료이거나 저렴한 활동을 찾고, 저가 메뉴를 선택하는 등 지출을 조절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작은 사치를 위한 소비는 여전히 활발했다. 여행이나 취미, 본인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상품에는 망설임 없이 지출했다.
조사 응답자의 92%는 평소 절약하면서도 비싼 디저트나 새 선글라스 구입 같은 작은 사치를 즐긴다고 답했다. 52%는 이런 소비를 최소 일주일에 한 번 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카드 사용이 오히려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젊은 세대가 신용카드 포인트와 캐시백을 적극 활용해 생활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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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올해 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Z세대 응답자의 44%는 신용카드 보상 혜택이 가계 지출을 줄이거나 재무 목표 달성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밀레니얼 세대는 19%에 그쳤다. Z세대 응답자의 35%는 보상 혜택을 더 큰 재무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가 신용카드 혜택을 꼼꼼히 따지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된다. 일상 지출은 줄이면서도 여행이나 취미, 본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상품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 행태는 특정 국가나 신용카드 업계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발표한 '2025년 소비자 동향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한 분야에서는 지출을 줄이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더 비싼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중국·독일·영국·미국 소비자 28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여러 국가의 추가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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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은 여전히 소비자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모든 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저렴한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할인 상품을 찾는 동시에, 만족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지출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식이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조사 대상 소비자의 79%는 적어도 한 분야에서 저렴한 제품으로 바꾸거나 지출을 줄이는 '트레이드다운'을 하고 있었다.
같은 해 상반기 3분의 1이 넘는 소비자는 한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는 한편 다른 분야에서는 평소보다 비싼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곳에서는 아끼고, 본인에게 의미 있는 분야에는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Z세대는 의류와 미용 제품 등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지출 의향을 보였다. 맥킨지의 2025년 조사에서 중국·독일·영국·미국의 Z세대 응답자 중 34%는 신용을 이용해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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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대보다 약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의류와 미용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쓰려는 성향도 상대적으로 강했다.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면서도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더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이를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로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 9000명과 290개 브랜드에 관한 소비자 평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가격 이외의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40%에 이른다는 것이다.
미국 신용정보회사 트랜스유니언의 미셸 라네리 미국 리서치·컨설팅 책임자는 WSJ에 "젊은 세대가 프리미엄 카드 혜택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으면서도 소비 여력을 함께 갖추고 있다"며 "실제로 일부 젊은 카드 이용자는 혜택을 엑셀 시트로 정리하며 카드별로 받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한다"고 말했다. Z세대는 앞선 세대와 달리 포인트 적립, 여행 혜택, 사용 조건, 포인트 활용 방법까지 꼼꼼히 따지면서 프리미엄 카드 연회비 이상의 가치를 얻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