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뇌물 제재 27건 모두 입찰제한...부사장 기소된 LIG D&A, KF-21 계약도 변수

20일 계약심의위...'뇌물 27건' 선례는 모두 '입찰제한'

원가부정도 함께 심의...하청대금 원가 반영 땐 '환수'가 관건


방위사업청이 오는 20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옛 LIG넥스원)에 대한 제재를 심의한다. 방사청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이 회사 부사장과 상무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방사청 개청 이후 뇌물 사건으로 내려진 제재 27건은 모두 '입찰참가자격 제한'이었다. 이번 심의는 과징금으로 입찰제한을 갈음할 수 있는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진행되는 만큼 고위 임원이 기소된 사건에서 이 선례가 이어질지가 이번 심의의 쟁점이다.


LIG Defense&Aerospace사진제공=LIG Defense&Aerospace


수원지검이 8월 20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 5급 공무원 A씨는 2021년부터 2025년 말까지 사업비 합계 915억원 규모 6개 방위사업의 제안서 평가에 참여했다. 2021년 10월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과제 평가에서는 20개 항목 가운데 16개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경쟁업체에는 전 항목 최저점을 줬다. A씨가 받은 금품은 현금 3억2000만원, 22억원 규모 하청 용역계약 추천권, 하청업체 선정 사례비 1억4000만원 등 4억6000만원이다.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첫 공판에서 A씨 등 이날 공판에 선 피고인 4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청렴서약 의무자는 '대표·임원'...심의 근거는 국가계약법


방산업체 뇌물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은 두 가지다. 방위사업법은 대표와 임원에게 청렴서약서 제출 의무를 지우고, 서약을 어기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 이 경우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없다.


국가계약법은 입찰제한으로 유효한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국가 손실이 크다고 판단되면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8월 뇌물을 건넨 사람이 임원인지 직원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LIG D&A 부사장을 구속기소하고 상무를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20일 열리는 계약심의위는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열린다. 방사청이 두 사람을 방위사업법상 임원으로 보지 않은 것인지, 방위사업법 적용을 별도 절차로 검토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KDDX, 제재 결정 뒤에도 이어진 사업자 선정 공방


적용 법률과 기준을 둘러싼 다툼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다. 방사청은 2024년 2월 군사기밀 유출로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업체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신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국가계약법상 제재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제척기간도 지났으며, 방위사업법상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인 대표·임원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사업자 선정 방식과 감점 적용 기간을 놓고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는 당초 2024년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계약은 2026년 7월 말 체결됐다. 계획보다 2년가량 늦어진 것이다.


방사청은 기업 제재를 형사재판과 별도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심의에서 어떤 법을 왜 적용했는지가 분명히 제시되지 않으면, KDDX처럼 결정 이후의 다툼이 길어질 수 있다.


27건 전원 입찰제한...LIG는 최근 10년 제재 3건 모두 과징금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방사청 개청 이후 뇌물 사건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27건이 모두 입찰참가자격 제한이었다고 지적했다. LIG D&A가 최근 10년간 방사청에서 받은 제재 3건은 모두 과징금이었다. 다만 3건 모두 뇌물 사건은 아니었다.


국감] 선서하는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 뉴스1선서하는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 뉴스1


이용철 방사청장은 이번 사건이 개청 이후 직원이 연루된 뇌물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지적에 "현재 기소된 뇌물 액수로 보면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 청장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엄정하게 대응해서 다음번에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가급적이면 원칙적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의와 관련해 이 청장은 "청장이 방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고 민간위원까지 참여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기본 방침 자체는 엄정하게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가부정도 함께 심의...뇌물 전달 비용의 원가 반영 여부 쟁점


이번 안건은 6개 사업 가운데 계약사업과 관련한 뇌물공여와 원가부정 의혹 2건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협약을 맺은 나머지 5개 사업은 별도로 제재를 검토한다.


원가부정의 쟁점은 뇌물이 전달된 경로다. 검찰은 같은 발표에서 뇌물이 LIG D&A 측이 만든 허위 용역계약 등을 거쳐 세탁된 뒤 차명계좌로 A씨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쓰인 용역 비용이 정부에 제출된 원가자료에 반영됐는지가 원가부정 판단의 쟁점이다. 반영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은 2억원 이상의 뇌물을 준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을 2년으로 정한다. 여러 위반행위를 함께 제재할 때는 해당 위반행위 가운데 가장 긴 제한기준을 적용한다. 원가부정에 따른 국가 손해액과 부당이득 규모는 원가자료 검증을 통해 확인할 사안이다.


원가부정에 대한 실질적 제재는 방위사업법상 '환수'다. 업체가 허위나 부정한 원가계산자료로 부당이득을 얻으면 부당이득금과 그 2배 이내의 가산금을 환수해야 한다.


원가 검증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공소사실이 특정된 뇌물공여 부분은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원가 문제는 별도로 검증해 부당이득이 확인되면 법령에 따른 환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심의 이후 제재 판단과 원가 검증의 후속 일정이 구체화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KF-21 미사일 계약과 맞물린 제재 시점


LIG D&A는 약 1조9000억원 규모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에서 체계종합·탐색기 등 5개 시제 1순위에 올랐다. 최종 계약은 12월께로 예상된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통보 후 5근무일이 지나면 효력이 생기고, 그 전에 계약을 맺지 못하면 1순위 업체라도 계약할 수 없다. 협약사업 5건도 변수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른 참여 제한이 내려지면 국가 지원 사업 전반에서 예외 없이 배제된다.


검찰은 8월 2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6개 사업 가운데 3개가 LIG D&A가 지난해 12월 1조5593억원에 계약한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핵심 또는 관련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LIG D&A는 다음 날인 8월 21일 입장문에서 문제 과제들이 전자전기 핵심기술요소와 관련이 없고 적용 대상 무기체계도 다르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방사청도 A씨가 전자전기 본사업 평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회사는 같은 8월 21일 입장문에서 임직원이 기소된 데 유감을 표했다.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가려지고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필요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체계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8월 하순에는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에 신중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10월 6일에는 신익현 대표 등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법경영(CP) 강화 선포식을 열고, 사업 전 과정 상시 점검과 준법교육 강화를 실행 과제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