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포스트 불닭' 찾는 삼양식품... 3세 전병우, '탱글'로 신사업 시험대

'불닭볶음면'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K-푸드의 역사를 새로 쓴 삼양식품이 '포스트(Post)-불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일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삼양식품은 프로틴과 건면을 앞세운 프리미엄 K-파스타 브랜드 '탱글(Tangle)'부터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펄스랩(Pulse Lab)',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핀들(Spindle)'까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업 확장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무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로도 주목받는다. 불닭의 글로벌 흥행을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독자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삼양라운드스퀘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삼양라운드스퀘어


'불닭 쏠림' 극복 과제... 역대급 실적에도 후속 브랜드 필요한 이유


삼양식품의 글로벌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518억원, 영업이익 524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매출 7703억원, 영업이익 1762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2분기 해외 매출은 645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4%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불닭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라는 과제가 자리한다. 불닭은 삼양식품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그룹의 장기적인 사업 구조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매운맛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이 지속되더라도 유행 변화와 경쟁 제품 등장, 지역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하나의 인기 제품을 넘어 다양한 소비자층을 포괄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불닭이 매운맛과 도전적인 소비 경험을 통해 세계 시장을 개척했다면, 후속 브랜드는 건강과 영양, 간편식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흡수해야 하는 셈이다.


삼양식품이 기존 라면 사업의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파스타와 식물성 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맛, 건강' 잡은 K-파스타 '탱글'... 글로벌 시장서 성장세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Tangle)'이 있다. '탱글'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브랜드다. 2023년 6월, 해외 전용 건면 브랜드로 출발한 이후 2025년 국내외 통합 브랜드로 재정비하며 제품군과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양식품탱글 / 삼양식품


기존 불닭이 강렬한 매운맛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면, 탱글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병아리콩 등을 활용한 건면으로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25년 출시된 국내 제품은 한 봉지 기준 단백질 15g과 식이섬유 6g을 함유해 영양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 구성에서도 기존 라면의 틀을 벗어났다. 토마토, 갈릭오일, 머쉬룸크림 등 파스타에 익숙한 맛을 기반으로 제품군을 구성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삼양식품이 불닭으로 확보한 글로벌 인지도를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또 다른 라면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간편 조리 기술과 파스타를 결합한 'K-파스타'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탱글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특히 미국 매출은 475% 늘어나며 성장 속도가 두드러졌다. 판매 지역도 세계 50여 개국으로 확대됐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 주류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월마트와 타깃을 비롯해 크로거, 앨버트슨스, 알디, 파이브빌로우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에 탱글을 입점시켰다. 특히 올해 하반기 월마트 1600개 이상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타깃에서도 1000개 이상 매장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온라인 플랫폼인 아마존과 틱톡숍 등을 통한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러한 다각화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아마존 상품 페이지 기준 탱글 '크리미 머쉬룸' 4개입 제품은 '포장 면 요리(Packaged Noodle Dishes)' 부문 베스트셀러 17위, 같은 맛의 볼 제품은 '이탈리아 파스타(Italian Pasta)' 부문 59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이트반자의 현미 펜네 파스타 / Banza


경쟁 환경은 만만치 않다. 미국 시장에서는 병아리콩을 활용한 고단백 파스타 브랜드 '반자(Banza)'와 단백질·식이섬유를 강화한 맥앤치즈 브랜드 '굿들스(GOODLES)' 등이 이미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반자는 병아리콩 파스타를 통해 고단백 식단 수요를, 굿들스는 영양과 맛을 결합한 간편식 수요를 공략한다는 점에서 탱글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탱글은 소스가 포함된 건면 파스타를 짧은 시간에 조리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고단백 식품 시장에서는 이미 다수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어 단백질 함량만으로 차별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제품의 맛과 가격 경쟁력, 반복 구매 수요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잭앤펄스'에서 '펄스랩'으로... 식물성 식품 넘어 푸드케어 확장


삼양식품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면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물성 단백질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웰니스 영역으로도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기존 '잭앤펄스(Jack & Pulse)'에서 이름을 바꾼 '펄스랩(Pulse Lab)'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잭앤펄스의 브랜드명을 펄스랩으로 변경하며 식물성 단백질 식품 사업을 재정비했다. 콩류를 뜻하는 '펄스(Pulse)'와 연구실을 의미하는 '랩(Lab)'을 결합한 이름으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 개편과 함께 '한입 쏙! 후무스', '한입 쏙! 식물성 너겟' 등을 선보이며 건강과 간편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는 기존 라면 중심 사업과 소비층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매운맛과 간편한 한 끼를 넘어 단백질 섭취, 식물성 원료, 건강한 간식 등 일상적인 식생활 수요로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인사이트스핀들 '근력엔 아커만시아' / 스핀들


그룹 차원의 푸드케어 사업도 주목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2023년 비전선포식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경험을 결합한 '이터테인먼트'를 미래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도 사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6년 5월 대사 건강 전문 헬스케어 브랜드 '스핀들(Spindle)'을 론칭하고 첫 제품인 '근력엔 아커만시아'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앞서 2024년 12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헬스바이옴과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한 기능성 원료 'HB05P'가 활용됐다. 해당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력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삼양식품의 푸드케어 전략이 연구개발과 소재 확보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 출시와 판매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불닭 글로벌 유통망은 강점... 신사업 안착까지는 과제


삼양식품의 신사업 확대에서 주목할 또 다른 요소는 불닭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이다. 삼양식품은 불닭의 해외 흥행을 계기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판매 채널을 확대해 왔다. 아시아 식품 전문 유통망을 넘어 현지 대형 유통채널로 판매 접점을 넓힌 경험은 새로운 브랜드의 시장 진입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신규 식품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판매망 확보라는 점에서 기존 글로벌 인프라는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탱글은 불닭을 통해 형성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bokksumarket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불닭 제품들 / bokksumarket


그러나 불닭의 성공 경험이 다른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파스타와 건강식품은 소비자의 구매 기준과 경쟁 구도가 라면 시장과 다르다. 불닭의 브랜드 인지도가 초기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가격, 재구매율 등을 입증해야 한다.


또 신규 브랜드 육성을 위한 마케팅 투자와 유통채널 확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 진입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신규 브랜드가 독립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 삼양식품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오너 3세 전병우 경영 시험대... '불닭 이후' 증명할 타이밍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삼양식품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무의 경영 리더십과도 맞물려 있다.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CSO)인 전병우 전무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사업 전략에 관여하며 경영 전면에서 역할을 넓혀 왔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브랜드 프로젝트 등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불닭의 글로벌 마케팅과 중국 자싱공장 설립 등 주요 사업에 관여하며 경영 전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 전무가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모친인 김정수 회장이 불닭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며 삼양식품의 도약을 이끌었다면, 차세대 경영진에는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 발전시켜야 하는 역할이 주어진 셈이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 삼양식품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CSO) / 삼양식품


무엇보다 신사업의 성공 여부는 오너 3세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다. 신규 브랜드 출시나 사업 영역 확대 자체보다 실제 시장에서 성과를 확보하고 그룹 전체의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닭 중심의 실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탱글과 펄스랩 등 후속 브랜드의 시장 안착을 이끄는 한편, 그룹이 추진하는 푸드케어 사업의 수익 모델도 구체화해야 한다.


삼양식품의 '포스트 불닭' 전략은 이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단계를 넘어, 해당 사업들이 얼마나 안정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불닭이 삼양식품의 글로벌 도약을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이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그 성공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데 있다. 탱글과 푸드케어 사업이 독자적인 수익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따라 삼양식품의 '포스트 불닭' 전략 성패도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