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어린이를 돌보는 소아과 의사로, 링 위에선 강펀처를 휘두르는 프로 복서로 활약하는 서려경(35)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서려경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진행된 WIBA(여성국제복싱협회) 여자 미니멈급(47.6㎏) 챔피언십에서 태국의 위수타 스리리티뎃을 3라운드 만에 KO로 제압하며 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2024년 첫 세계 타이틀전 출전 이후 세 번째 도전 끝에 이뤄낸 쾌거다.
서려경은 18일 인터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차다"고 소회를 전했다. 2018년 복싱을 시작한 뒤 1년 만에 프로 데뷔를 이뤄낸 그는 올해 WBA(세계복싱협회) 여자 미니멈급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세계 정상까지 밟으며 의사와 선수라는 두 가지 직업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서려경 인스타그램
챔피언 도전을 위해 서려경은 병원 근무시간을 조정해가며 주 5~6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서려경은 "근무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훈련에 집중했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부상 위험이 높은 복싱 특성상 주변에선 우려 섞인 만류가 이어졌다. 서려경은 "지인들이 진심 어린 걱정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열심히 훈련하는 저로서는 의욕이 꺾일 정도로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체육관에 가서 묵묵히 연습했고 결국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서려경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 타이틀 획득이다. 세계 복싱 4대 기구인 WBA, WBC(세계복싱평의회), IBF(국제복싱연맹), WBO(세계복싱기구)의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 과제다. 서려경은 "나이가 젊은 편은 아니지만 아직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은퇴 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몸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