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2026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4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일부 선수들의 병역 면제 관련 발언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로 대표팀 선수 23명 중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그라스호퍼), 이승원(강원), 김준홍(수원 삼성) 3명을 제외한 20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논란의 발단은 경기 직후 나온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었다. 시상식을 마친 양민혁(20·베스테를로)은 인터뷰에서 "메달, 트로피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저희가 보상받는 거는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사실 트로피나 메달에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발언해 잡음을 키웠다.
이뿐만 아니라 19세 박승수(뉴캐슬)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양민혁은 연습 중 '이등병의 편지'를 틀어놓고 훈련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단 16분 출전에 그친 박승수가 전역모를 쓴 모습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철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 뉴스1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군대가 혐오시설이냐"며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한 선수는 '금메달도 트로피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군 면제만 봤다'며 '연습 중에 이등병의 편지를 틀어놓고 했다'고 자랑스레 밝혔다"며 "어떤 선수는 전역모를 쓰고 라커룸에서 인증샷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장이라는 선수조차 공식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간다'고 자랑하며 조롱을 한다"며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모두 호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며 "군대가 혐오시설인가? 사람이 못 갈 곳인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며칠 전 서부전선에서 북한의 지뢰로 군 장병이 발목을 잃었다"며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희생을 두고 해야 할 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면제슛' 한 골에 국위선양을 존중하는 나라와 국민의 배려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그들"이라며 "이런 자들까지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분들을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한 "군 면제 없이도 우승하고 금메달 따오는 선수도 많지 않냐"며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 군 면제는 가당치도 않다.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병역법상 스포츠 분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획득하면 병역특례가 주어진다.)
박승수 인스타그램
반면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4골 4도움으로 득점·도움 1위를 싹쓸이하며 한국의 4연패를 이끈 엄지성(스완지시티)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역대 최고 와일드카드라는 평가를 받은 엄지성은 "병역 문제를 생각하기보다는 모든 선수가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였다"며 "이후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는 과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와일드카드로 금메달을 딴 뒤 "금메달은 내가 걸고 있지만, 이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라고 말했던 손흥민(LA FC)의 발언과도 비교되고 있다. 8년 전 손흥민이나 이번 엄지성의 언행과 대비되는 일부 선수들의 태도에 누리꾼들은 "선수 자격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병역 특례 제도를 손봐야 할 때"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