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한국 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금메달의 감동을 누려야 할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제때 올라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해 아쉬움을 남겼다. 각종 운영 미숙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던 이번 대회는 폐회식을 하루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 3일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최초 4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통산 7번째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도 자체 경신했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고 있다. 2026.10.3/뉴스1
특히 2018년 이후 3회 연속 결승에서 만난 숙적 일본을 또다시 무릎 꿇리며 라이벌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우승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국위선양의 명예와 함께 병역 혜택을 받게 되며, 일부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찬물을 끼얹은 건 허술한 시상식 운영이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직접 시상자로 나선 가운데,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하는 순간 국기 게양대 중앙의 태극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애국가는 계속 흘러나왔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당황해 허둥댔다. 한국 선수들은 국기 게양대를 가리키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고, 결국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태극기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주장 이기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도한 거라면 너무 안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는 "시상식은 축하해 줘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태극기도 하나 제대로 펼쳐주지 못한 건 아쉽다"라며 "선수들도 그렇고, 여기까지 응원 와주신 팬들도 불만스러우시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의 김명준,양민혁이 태극기를 두르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6.10.3/뉴스1
국제 대회에서 우승국의 국기 게양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엄숙한 의례다. 그러나 이번 대회 조직위는 개막 전부터 수많은 파행을 빚어왔다. 선수단 수송 버스가 지연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배차되는 일이 빈번했고, 하키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재생되는 황당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경기장 및 훈련장 이동 차질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비상이 걸리는 등 미숙한 운영이 반복되자 각국 선수단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까지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조직위의 반복된 사과에도 개선은 없었다.
오늘(4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축구의 빛나는 쾌거 뒤로, '역대 최악의 운영'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대회의 성패는 화려한 시설이 아닌 '선수를 위한 철저한 준비'에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