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과 시민 수만 명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상공 120m에서 펼쳐진 극한의 외줄타기 공연에 넷을 이루며 환호를 보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라트비아 출신 관광객 리에네 자쿨레(30) 씨는 이날 오후 1시 청계광장 앞에서 슬랙라인 공연을 관람하며 연속으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자쿨레 씨는 "3주 동안 한국을 여행하고 있는데 이 외줄타기 퍼포먼스가 하이라이트"라며 "호주에 사는 한국 거주 친구에게 공연 소식을 들어 일부러 시간을 맞춰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높은 곳에서 진행된 공연은 생전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레드불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JAAN ROOSE)가 1일 서울 광화문 도심 상공을 가로지르는 '레드불 서울 줄타기'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뉴스1
슬랙라인은 두 지점 사이에 팽팽하게 설치된 폭 2.5∼5cm의 줄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걷거나 점프, 회전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서울시가 후원하고 레드불코리아가 주최한 이날 공연은 오후 1시와 4시 총 2회 진행됐다.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슬랙라인 세계챔피언 3회 우승 경력을 지닌 얀 루스(34)가 동아미디어센터와 코리아나호텔 사이 상공 120m에 설치된 줄 위를 왕복했다. 아파트 약 40층 높이에 해당하는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고공 슬랙라인 공연이 개최된 첫 사례다.
루스는 첫 편도 160m 구간을 시작하기 전 줄을 손으로 흔들어 상태를 확인하고 몸에 안전장치를 착용했다. 긴장한 얼굴로 양팔을 넓게 펼쳐 균형을 맞추며 한 걸음씩 전진했다.
세계적인 레드불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JAAN ROOSE)가 1일 서울 광화문 도심 상공을 가로지르는 '레드불 서울 줄타기'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뉴스1
공연이 시작되자 그의 긴장된 표정은 점차 여유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루스는 줄 위에서 몸을 눕히거나 가랑이 사이로 줄을 끼우는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였다. 약 15분 만에 동아미디어센터에 도착한 그가 손을 흔들자 청계광장과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쏟아냈다.
반환점에서 다시 160m 구간을 돌아오는 길에 루스는 더욱 빠른 속도를 냈다. 그는 외줄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시연하고 발가락을 줄에 걸어 박쥐처럼 몸을 거꾸로 매달리는 등 한층 대담한 동작을 펼쳐 관중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전체 공연은 27분간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와 4시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를 가득 채운 시민들의 시선은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120m 상공의 루스는 지상에서 보면 작은 점처럼 보였지만 동아미디어센터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를 통해 그의 표정과 동작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뉴스1
루스가 줄 위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민들은 "어떻게 해" "바람이 부는데 괜찮나"라며 탄성을 지르거나 박수를 보냈다.
아찔한 공연을 펼치는 선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행사가 진행된 오후 1시와 4시 광화문광장 인근에 1만∼1만2000여 명의 인파가 집중됐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공연을 관람한 강동완(59) 씨는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너무 신기한 공연을 해서 사진과 동영상까지 촬영했다"며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 너무 신선했고 이런 행사가 다시 열리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인 레드불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JAAN ROOSE)가 1일 서울 광화문 도심 상공을 가로지르는 '레드불 서울 줄타기'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뉴스1
직장인 양하영(30) 씨는 "엄청 높은 상공에서 공연이 펼쳐진다는 예고 기사를 보고 '위험하지 않은가'라며 걱정했는데 안전장치를 착용한 것을 보니 안심됐다"며 "입장료 없이 광화문 곳곳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아름(45) 씨는 "광화문과 청와대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서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니 눈이 즐겁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레드불은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 경우 선수의 안전을 고려해 행사를 연기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날씨가 맑아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인파에 대비해 경찰 등과 협력해 안전관리 인력 약 29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호진 서울시 체육정책과장은 "서울의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활용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더 발굴해 서울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