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의 삶의 질이 낮은 이유가 고용 형태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보험 사각지대와 낮은 임금 등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서울시복지재단 조광래 연구위원이 지난 18일 열린 2026년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1999∼2025년 한국노동패널 자료 중 임금근로자 1만9천445명, 13만4천971개 관측치를 분석했다. 연구는 상용직을 정규직으로, 임시·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해 진행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분석 대상은 4개 집단으로 나뉘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용직(A집단), 고용보험에 가입된 임시·일용직(B집단),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어서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임시·일용직(C집단), 법적 가입 대상인데도 가입돼 있지 않은 임시·일용직(D집단)이다.
4개 집단의 생활 만족도 평균은 고용안정과 사회보험 보호를 모두 갖춘 A집단이 3.502점으로 가장 높았다. 같은 임시·일용직이라도 고용보험에 가입한 B집단은 3.346점, 법적 가입 대상인데도 가입돼 있지 않은 D집단은 3.158점, 주당 근로시간이 짧아서 가입하지 않은 C집단은 3.122점으로 나타났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임금·건강 수준이 생활만족도 격차를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단순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의 생활 만족도는 정규직보다 0.273점 낮았다.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추가 고려하자 격차가 0.166점으로 39% 줄었다.
고용보험과 임금, 건강 상태까지 추가하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만족도 격차는 0.065점으로 감소했다. 이는 단순 비교 시 격차보다 76.1% 줄어든 수치다.
조 연구위원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낮은 생활 만족도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고용보험 미가입, 낮은 임금, 건강 수준이라는 구조적 조건으로 설명된다"며 "비정규직의 낮은 삶의 질이 계약 형태 자체보다 그에 결합한 제도적·경제적 조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경험이 상당수 근로자에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법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실제로 가입하지 않은 D집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7천926명을 분석한 결과, 최대 연속 미가입 기간이 평균 3.2년이었다. D집단의 21.4%(1천693명)가 5년 이상 연속으로 미가입 상태에 머물렀다.
조 연구위원은 이 결과를 토대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것보다 비정규직 상태에서의 사회적 보호를 확대하는 정책이 삶의 질 개선에 더 직접적이고 신속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와 사업장 규모·계약 특성상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임시·일용직이 주된 사각지대 집단"이라며 "이들을 포괄하는 제도 설계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올해 초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근로시간 체계에서 소득(보수) 기반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으로 고용보험법을 개정했다. 정부는 현재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는 정규직·비정규직 비중만을 규제하기보다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행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