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초기 당분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면 성인이 된 뒤 암 발생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생물학적 노화 속도도 늦춰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농업대 공동 연구팀은 과거 영국 정부가 시행한 설탕 배급제가 해제된 시점을 기준으로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해상 봉쇄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1940년 1월부터 식량 배급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1942년부터 1953년까지 성인은 1인당 일주일에 약 227그램(8온스)의 설탕만 배급받았고, 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설탕 배급이 아예 배정되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1인당 하루 설탕 섭취량은 약 40그램으로 제한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첨가당 섭취 기준(50그램 이하)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후 전후 복구가 진행되면서 영국 정부는 1953년 9월 설탕 배급제를 전격 해제했다. 배급이 풀리자 하루 평균 당분 섭취량은 80그램 안팎으로 급증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1951년부터 1956년 사이 출생자 6만4761명의 의료 데이터를 추적했다. 수정된 시점부터 만 2세까지의 '초기 1000일' 동안 배급제를 겪은 집단과 배급 해제 이후 임신·출생해 당분 제한을 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 분석했다. 두 집단 간 나이, 성별, 출생지, 유전적 배경 등 태생적 변수를 통제해 설탕 섭취 여부에 따른 차이만 분리해냈다.
분석 결과 생애 초기 1000일 동안 설탕 섭취를 제한받은 영유아는 성인이 된 후 간암 및 간내 담관암 발병 위험이 69% 낮았다. 대장암은 약 40%, 폐암 41%, 전립선암 52%, 유방암은 36% 감소했다. 당분 제한 환경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암 발병률은 낮아졌다. 자궁 내 태아 상태에 있을 때보다 출생 후 생후 24개월까지 설탕을 적게 섭취한 경우 발병 억제 폭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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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노화 지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설탕 배급 세대의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는 비배급 세대보다 0.05 표준편차 더 길었다. 생물학적 나이로 환산하면 노화가 약 2.2년 지연된 수치다. 만성 염증과 면역계 노화를 나타내는 독성 효소인 '그랜자임 B(Granzyme B)' 수치도 유의미하게 낮았다. 체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해 제거하는 면역 감시 기능이 더 오랜 기간 유지된 셈이다.
식습관 조사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배급 해제 50년이 지난 뒤 작성된 식단 기록을 대조한 결과, 배급 세대는 비배급 세대보다 하루 총음식 섭취량이 50~100그램 적었고 식단 다양성 지수가 높았다. 연구팀은 "초기 1000일 동안 형성된 낮은 당도 선호도가 평생의 식습관으로 이어져 대사 질환과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