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은은한 숲 향기 났는데..." 청소 후 실내 공기, 도로변보다 위험할 수도

좋은 향을 내는 청소용품이 실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퍼듀대 브랜던 부어 교수 연구팀은 미국화학회(ACS) 가을 학술대회에서 향이 첨가된 청소용품에서 방출되는 화합물이 실내 오존과 반응해 다량의 나노입자를 생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세정제는 물론 식물성 에센셜오일을 사용한 제품에서도 향을 내는 화합물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 물질들이 오존과 만나면 매우 작은 크기의 입자가 생성되며, 이 중 일부는 호흡기를 통해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


Person_cleaning_kitchen_counter_20260928111457.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부어 교수는 "청소 중 발생하는 향 성분과 실내 오존의 반응으로 생성되는 나노입자의 호흡 노출량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에 서 있을 때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자 성분 자체는 교통 오염물질과 다르지만, 흡입되는 입자의 총량은 더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부터 청소용품과 화학 소독제가 실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청소·소독 제품에 강한 향료가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어 교수는 "깨끗한 공기가 고농도의 감귤류 냄새가 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 깨끗한 공기에서는 거의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용품에 포함된 향료 성분은 실내 초미세입자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피넨과 같은 테르펜은 오존과 반응해 작은 입자를 만들어낸다. 야외에서는 테르펜 농도가 낮아 이런 반응이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향이 나는 청소용품을 뿌리거나 닦으면 액체 방울과 표면에서 향료 성분이 증발하면서 테르펜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Influencer_spraying_cleaning_pro…_2026092811144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청소용품에는 피넨을 비롯해 레몬 향을 내는 리모넨, 타임에서 유래한 티몰, 라벤더 향 성분인 리날룰 등이 흔히 사용된다. 청소 중 실내 테르펜 농도는 숲에서 측정되는 수준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제 생활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퍼듀대 캠퍼스 내 실험용 주택에서 향이 있는 일반 액체 세정제와 식물성 성분이 포함된 소독 스프레이·물티슈 등을 사용했다. 주방과 나무 바닥, 욕실 등을 갖춘 공간에서 일상적인 청소 상황을 재현했다.


실험 결과 바닥을 닦거나 조리대에 세정제를 뿌리고 표면을 닦는 평범한 청소만으로도 제품에 따라 수십억 개에서 수조 개의 입자가 생성됐다.


대부분은 크기가 1~30나노미터(㎚)에 불과한 나노입자 또는 초미세입자였다. 입자가 워낙 작아 일반 가정용 공기질 측정기에서는 감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청소 직후에는 실내 초미세입자 농도가 일시적으로 실외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작은 입자는 호흡기 곳곳에 침착될 수 있고 폐 깊숙한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들 입자가 호흡기 자극이나 염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는 혈류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마다 사용하는 '이것'... 폐 건강 망가뜨리는 주범일 수 있습니다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입자가 만들어지는 속도도 빨랐다. 향 성분과 오존이 만나 입자가 생성되고 성장하기까지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부어 교수는 "청소를 끝낼 때쯤이면 이미 많은 나노입자가 만들어졌고 이를 일부 흡입한 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최근 향이 나는 표면 세정제와 공기 살균용 원거리 자외선(UV-C) 램프를 동시에 사용할 때의 영향도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자외선 램프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서 오존 농도가 약 20~40ppb까지 높아졌다.


오존 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세정제에서 다량의 테르펜까지 방출되자 나노입자 생성은 더욱 활발해졌다. 연구진은 이런 조건에서 실내에 있는 사람이 흡입하는 입자량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향이 적거나 무향인 제품을 선택하고, 여러 향이 나는 제품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할 때는 환풍기를 켜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오존을 생성할 수 있는 장치와 향이 있는 청소용품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 것도 권고했다.


부어 교수는 "청소는 표면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제거하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공기 중에 먼지나 연기가 보이지 않아도 입자는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