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이재명 대통령 '살인자·매국노' 발언... 러시아 매체들, 젤렌스키 향한 말로 '왜곡' 보도

이재명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연설 내용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살인자' '매국노' 표현을 두고 러시아 매체들이 왜곡 보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엑스)를 통해 젤렌스키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유엔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며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origin_이재명대통령우크라이나대통령과정상회담.jpg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의 발언은 문맥상 북한군 포로 이송 비공개를 비판하는 국내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 매체들은 이를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살인자, 반역자·배신자라고 불렀다"는 식으로 왜곡해 보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러시아가 이번 상황을 선전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곡해해 서방 진영에 속한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 관계에 균열을 만들고 양국 여론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친정부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배신자이자 살인자: 젤렌스키, 한국 대통령을 격분시키다'라는 제목으로 "시대착오적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심각한 국제적 스캔들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젤렌스키는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넘겨줬다고 폭로하는 비열한 함정에 빠졌고, 한국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거침없이 '살인자'이자 '배신자'라고 비난했다"고 왜곡했다.


origin_한우크라이나정상회담 (1).jpg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 뉴스1


같은 매체는 "기밀 해제된 정보가 한국 지도자를 몹시 화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지나친 수다스러움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지도자는 젤렌스키가 남북 관계, 인명 피해, 국가 이익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홍보를 위해 서둘러 송환을 세계에 떠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미디어그룹 '로시야 세고드냐' 산하 우크라이나루는 '키이우의 가벼운 입, 한국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반역자라고 불렀다'는 제목으로 "한국 지도자는 키이우의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젤렌스키를 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나카누네루는 '한국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살인자이자 반역자라고 불렀다'는 제목으로 "젤렌스키가 기밀 유지 합의를 했음에도 외교적 이득을 위해 이를 공개 발표했다는 것으로, 서울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동맹국' 중 일부조차 키이우와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들은 동맹국을 배신하고, 팔아넘기고,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origin_인사나누는한우크라이나외교장관.jpg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참석한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드리 시비하 외교부 장관이 손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대중 주간지 아르구멘티이팍티는 '젤렌스키는 살인자인가, 배신자인가? 그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누명을 씌워 스캔들을 일으켰다'는 제목으로 "신뢰를 잃은 키이우 정권의 지도자 젤렌스키가 거침없는 발언으로 또다시 국제적 논란에 휩싸이며 서울과 키이우 간 갈등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멕시코를 방문 중이던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분노에 찬 메시지를 쏟아냈다"며 이 대통령의 '살인자' '매국노' 발언을 직접 인용했다. 


이어 "서울은 모스크바의 반응과 평양의 도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젤렌스키는 유엔에서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하고 기밀 유지 약속을 어김으로써 한국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르구멘티이팍티는 또 "북한 포로를 서울로 이송하는 것은 국제법이나 제네바 협약 등 그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평양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북한 주민을 납치해 적대국에 넘기는, 매우 심각한 전례"라는 친정부 전문가 인터뷰를 게재했다.


우크라이나 한국학자 미콜라 폴리슈크는 흐로마드스케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글은 애초에 한국의 특정 야당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며 젤렌스키는 잠깐 언급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 선전 매체들은 한국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반역자'이자 '살인자'라고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