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2일(화)

트럼프 '출입정지'에 "취재 거부" 초강력 맞불... 백악관 vs 美 방송매체, 사상 초유 정면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언론사의 백악관 출입을 전격 금지하면서 미국 언론계와 정면충돌했다.


출입이 봉쇄된 언론사들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주요 방송사들은 대통령 취재를 전면 중단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과 언론의 갈등이 법정 공방과 취재 거부 사태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CNN과 MS나우,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에 따라 이틀 뒤인 20일부터 해당 매체 기자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출입증이 회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매체가 자신과 행정부에 대해 허위 보도를 일삼는다는 점을 조치의 이유로 들었다.


인사이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출입이 금지된 세 언론사는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백악관 출입권을 즉시 회복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긴급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장에서 이들 언론사는 "보도 내용을 이유로 취재를 제한한 것은 미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언론·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며, "사전 통지나 이의 제기 절차조차 없었던 점 역시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미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다른 주요 방송사들로도 급격히 번졌다. CNN과 함께 백악관 방송 공동취재단(풀 취재단)을 운영해 온 ABC, CBS, NBC, 폭스뉴스는 21일부터 대통령 일정에 대한 공동취재를 전면 중단했다.


백악관 방송 풀은 5개 주요 방송사가 순번을 정해 대통령 일정을 촬영한 뒤 그 영상을 다른 언론사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 취재단이 가동을 멈추면서 대통령 행사에 대한 독립적인 방송 영상 취재가 사실상 파행을 겪게 됐다.


방송 취재단은 성명을 통해 "국민은 정부 국정에 대해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전달받을 중대한 권리가 있다"며 "행정부가 특정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취재 중단의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21일 백악관 헬기장 완공 기념행사에서는 평소 설치되던 공동취재단의 마이크와 카메라가 자취를 감추면서, 언론사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제대로 취재하지 못했다. 출입이 막힌 CNN 기자들은 백악관 내부가 아닌 바깥 교차로에서 현장 소식을 전해야 했다.


인사이트2026년 9월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의료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특히 이번 사태는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굵직한 정상외교 일정이 이어지는 시점에 발생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22일 뉴욕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역시 미국 주요 방송에서 영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케이틀린 콜린스 CNN 백악관 수석 특파원은 방송에서 "대통령이 어떤 일정을 소화하든, 시청자들에게 현장 영상을 공유해 줄 TV 카메라가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고 있다"고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출입금지 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21일 자체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백악관은 언론의 자유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뉴스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부패하고 의도적이며 만연해 있는 가짜 뉴스는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역시 언론사의 백악관 출입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닌 정부가 부여하는 '특권'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언론사들은 정부가 입맛에 따라 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취재 기회를 선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인사이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한편, 이번 소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티머시 켈리 판사에게 배당됐다. 켈리 판사는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8년, 백악관이 CNN 짐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증을 박탈했을 당시 CNN이 제기한 소송에서 출입증을 임시 복원하라는 판결을 내렸던 인물이다.


당시 법원은 백악관이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출입증 반환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소송이 다시 켈리 판사에게 배당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패소할 경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사의 취재권을 둘러싼 법적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AP통신 역시 백악관이 '멕시코만' 대신 '미국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대통령 행사 출입을 제한하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태는 개별 기자나 단일 매체를 넘어 3개 주요 매체가 동시에 출입금지를 당하고, 이에 맞서 다른 주요 방송사들까지 취재 거부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백악관과 언론 간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나탈리 하프 보좌관의 언론 보도 보고가 이번 출입금지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파 성향 TV 진행자 출신인 하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며 그의 구술을 받아 적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하거나, 언론 보도를 출력해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와 기성 언론과의 전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동시에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