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국수본, '장윤기 사건' 증거 다 확보하고도 부실수사... 광산서 지휘부 송치

경찰이 장윤기 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강간 목적 살해 혐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배경에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 논란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장은 광주경찰청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광산경찰서 지휘부가 사회적 비난과 징계를 우려해 사건을 축소 처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 5일부터 사건 관계자 44명을 대상으로 총 96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 광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통신 및 계좌 내역 분석도 병행했다.


origin_장윤기수사경찰성범죄부실대응비난우려에살인죄로만송치.jpg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직상규명 특별수사단 단장이 21일 광주경찰청에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수사 결과 전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송치됐다. 전 강력팀장은 동일 혐의로 구속 송치됐으며, 팀원 1명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송치 조치됐다.


경찰은 당시 수사 관계자 진술과 확보된 증거를 분석한 결과, 수사팀이 장윤기의 강간 목적 살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음에도 부당한 지시에 따라 형법상 살인 혐의로만 사건을 송치했다고 판단했다.


광산경찰서는 당초 살인사건과 강간·스토킹 사건을 형사과에서 병합 수사해 함께 송치하겠다고 국가수사본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수본은 강간·스토킹 사건은 여성청소년과가, 살인사건은 형사과가 각각 담당하도록 기능별 분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과장은 국가수사본부의 분리 수사 지시 때문에 강간 목적 규명을 위한 수사가 방해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특별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가 다수 확보됐음에도 광산경찰서가 소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다만 국가수사본부나 광주경찰청 차원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장윤기 부친, 경찰 조사서 '증거인멸' 혐의 부인장윤기 부친, 경찰 조사서 '증거인멸' 혐의 부인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 지휘부가 사건을 축소한 배경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사회적 비난과 징계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장윤기가 지난 5월 5일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이틀 만인 7일, 그에 대한 스토킹 신고가 앞서 접수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의혹 관련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


이 과정에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은 수사보고서에서 '외국인 여성'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블랙박스 영상 분석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관계성 범죄 부실 대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시기였다. 해당 사건으로 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되고 관련자 징계와 전수점검, 경보 발령 등이 이어지는 긴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5월 3일 접수된 장윤기의 스토킹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강간·스토킹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장윤기 아버지와 경찰 간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장윤기 아버지가 간이 면회와 통화 기회를 제공받고 차량 열쇠와 주거지 주소 등을 전달받는 등 일부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사건 축소·은폐를 위해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나 큰아버지가 국가수사본부 또는 광주경찰청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접촉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동욱 특별수사단장은 "이번 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했다"며 "스토킹 신고 접수·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미흡한 조치는 감찰 부서에 통보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