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보노보 어미가 죽은 새끼를 수개월간 품고 다니는 이유가 죽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모성 애착 행동의 일환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한겨레가 인용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 연구진이 탄자니아·우간다·콩고 등 아프리카 지역 15곳에서 수집된 83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어미가 새끼 사체를 운반하는 기간이 사망 원인과 생전 유대 관계, 출산 간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 해먼드 박사과정생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보노보 어미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달 동안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는 독특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사망 원인, 생전 유대 관계, 출산 간격, 기온 네 가지 요인이 사체 운반 지속 기간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옥스퍼드대
특히 어미는 새끼가 외상으로 죽었을 때보다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더 오랜 시간 안고 다녔다.
새끼의 사망 당시 연령이 많을수록 품고 있는 기간도 늘어났으며, 평균 출산 간격이 긴 지역일수록 사체 운반 지속 기간도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온이 낮아 부패 속도가 느린 시기에도 품는 기간이 길어졌다.
나이 많은 새끼를 더 오래 안고 다녔다는 사실은 이런 행동이 생전 형성된 모성 유대감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평균 출산 간격이 긴 지역의 어미들이 새끼를 오래 품었다는 점은 이 행동이 개체군의 모성 투자 비중과 연관됐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여러 요인 중 가장 일관된 예측 요인은 사망 원인이었다.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장기간의 새끼 사체 운반과 가장 큰 연관성을 나타냈다. 기존에 과학자들은 질병으로 새끼를 잃은 어미가 죽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오래 안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크리스천 지글러/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진은 "여러 사례에서 침팬지 어미는 이미 미라화된 새끼를 계속 데리고 다녔다"며 "미라화는 죽음을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알리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죽었는지 몰라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질병사한 새끼를 오래 안고 다니는 것은 모성 애착 행동을 방해받지 않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아 살해로 새끼가 사망한 경우 어미가 계속 안고 다니면 수컷으로부터 추가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어미가 영아 살해 사체를 빨리 포기하는 것은 본인의 신체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동 조절이며, 질병사의 경우 이런 사회적 위험이 없어 모성 애착 표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인간 영장류가 죽음의 불가역성을 이해하는지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들이 인간처럼 죽음을 인지하지 않더라도 기존 모성 행동 시스템만으로 사체 운반 행동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교신 저자인 토머스 퓌셸 박사는 "침팬지와 보노보가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죽음 관념의 기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며 "죽음이 최종적 상태라는 복잡한 이해 능력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이후 인류 계통에서 독자적으로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