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2일(화)

노소영, 30년 만에 세 번째 '검찰 조사'...이번엔 '904억 비자금 메모'

1994·1995년엔 미국 반입 20만달러 출처 조사...이번에는 참고인 신분

연희동 사저·관련 재단 압수수색...메모 작성 경위와 자금 흐름 확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30년 만에 세 번째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앞선 두 차례 조사는 미국에 반입한 20만달러의 출처가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노 관장 측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 규모 자금 메모가 조사 대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노 관장 측에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이른바 '김옥숙 메모'의 작성 시기와 경위, 메모에 적힌 자금의 성격 등을 확인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


수사는 이미 강제수사 단계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 여사가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와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과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만달러 반입 사건 이후 30년...국내 검찰 조사는 세 번째


이번 조사가 이뤄지면 노 관장이 국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것은 세 번째가 된다.


노 관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1990년 2월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20만달러를 미국에 반입한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됐다. 1993년 1월 징역형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미국 법원은 20만달러를 몰수했다.


국내에서는 1994년 8월과 1995년 12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첫 조사에서는 20만달러가 결혼식 축의금 등을 모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듬해 대검찰청 조사에서는 생활비 명목으로 부친에게 받았으며 스위스 계좌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전 장관에게서 36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검 중수부는 내사 종결했다.


법정서 나온 '김옥숙 메모'...904억원 자금 흐름 추적


30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조사의 출발점은 노 관장이 2024년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낸 자료다. 노 관장 측은 김 여사가 1998~1999년 작성했다는 자필 메모와 1991년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을 제출했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을 비롯해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은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선경그룹으로 전달돼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이를 입증할 그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300억원이 실제 이동했다는 계좌 내역이나 별도의 자금 전달 자료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 이외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 증거 등 그 어떤 자료도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메모가 법정에 공개된 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다른 자금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5·18기념재단 등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대사 등이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884억원이 남아 있던 2000~2001년 차명으로 보험료 210억원을 납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아시아문화재단에는 152억원이 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과 금융거래 자료, 관련자 진술을 대조해 두 자금의 출처와 메모에 적힌 904억원의 연관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사망했다. 검찰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자료까지 확인해야 한다. 메모의 진위와 실제 자금 흐름을 가르는 데 필요한 기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변수다.


노 관장은 현재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다. 구체적인 출석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SK, 검찰의 강력한 조사에도 '혐의 없음' 


한편 SK 측은 1995년 검찰 수사를 끝으로 300억원 의혹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태평양증권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며 고 최종현 선대회장까지 조사했지만, 300억원의 출처를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볼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추징금 2628억원에도 노 관장 측이 주장한 300억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검찰 수사와 추징 절차에서 모두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