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30만 유튜버, 장애아동 보호자 '박제' 영상 올려 집행유예
뇌병변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정당하게 주차했음에도 불법 주차로 몰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3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추진석 판사는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35)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법조계가 밝혔다.
정당한 주차를 불법으로 몰아 신고
정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의 한 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불법 주차라며 신고한 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관련 영상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뇌병변장애를 앓는 아이를 데리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세운 상태였다.
정씨는 당시 "국가유공자 등 자동차 표지는 2017년 이후 사용할 수 없는 표지로, 이 표지를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된다"며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유공자는 남편이고 아이가 장애인이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A씨 차량 전면에는 '보호자 주차 가능'이라고 적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 표지가 비치돼 있었고, 국가유공자 자동차 표지에도 2020년 발급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방송 제보 후에도 반박 영상 게시
억울함을 느낀 A씨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이 사건을 제보했다. 방송에서는 A씨가 백화점 문화센터를 방문 중이었으며 뇌병변장애를 진단받은 어린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나 정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A씨 차량이 불법주차로 과태료를 받았다는 취지의 반박 영상을 올렸다.
정씨의 신고로 A씨에게는 10만 원의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가 발부됐지만, 이는 처분 전 의견 제출 기회를 주는 통지서였고 지난 1월 8일 취소됐다.
개인정보 담긴 통지서 4차례 공개
정씨는 지난해 12월 22일 강동구청 장애인복지과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A씨와 차량 정보가 포함된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이후 통지서 캡처 화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영상에는 A씨의 주차 위반 일시와 장소, 차량번호 뒤 3자리, 자동차 표지 등 사진이 노출됐다. 정씨는 해당 통지서가 취소된 다음 날인 1월 9일까지 총 4회에 걸쳐 통지서 캡처 화면을 유튜브로 송출했다.
재판부 "죄질 매우 좋지 않아"... 유리한 사유는?
재판부는 "유튜브에 게시되는 영상은 파급력이 매우 광범위하고 신속해 영상을 통해 사생활을 침해당한 사람은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구독자 수 30만 명이 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고 개인정보를 공개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내용, 수단과 방법,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유튜브를 통해 명예훼손 또는 모욕 범행을 저질러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정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점, 영상에서 일부나마 피해자 정보를 가려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 점, 본인을 비난하는 방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이고 경솔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