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7일(목)

내년 1분기부터 '미프진' 처방 가능... 임신 9주 이내·병원 조제만 허용

정부가 임신 초기 여성을 위한 약물 임신중지제 '미프진'을 오는 2027년 1분기부터 국내에 도입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다.


지난 16일 한성숙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 도입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프진의 불법 유통을 차단하고 여성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origin_임신중단복용약미프진판매하라.jpg뉴스1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전문의약품으로, 임신 초기에 복용하면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판권사인 현대약품이 2021년 첫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법적 공백으로 심사가 보류됐고, 현재 세 번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위해성 관리계획 등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7년 1분기 안에 도입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최근 수술 중심으로 작성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미프진 수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복용 가능 대상은 품목허가 신청서에 따라 임신 9주(63일) 이내 여성으로 정해졌다. 일본은 9주, 미국은 10주, 핀란드와 덴마크는 12주까지 처방을 허용한다. 


asaaa.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세계보건기구는 12주까지 약물 임신중지를 권고하지만, 각국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도입 후 2년간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처방과 조제를 허용하는 원내 조제 방식을 운영할 계획이다.


환자는 약물 복용 후 7일에서 14일 사이에 반드시 병원을 재방문해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받아야 한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모자보건법 개정과 약물 안전성 확인이 선행돼야 약국 조제 등 추가 단계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약값 등 세부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급여는 제약사가 신청해야 검토 절차가 시작된다. 정부는 비급여로 공급될 경우 의료기관별 가격 정보를 공개해 환자들이 비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9dk4i79m55k3ma5x61f9.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미성년자 처방 기준도 향후 과제로 남았다. 현재 품목허가 신청서에는 연령 제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정부는 미성년자 복용 가능 연령과 보호자 동의 요건 등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계는 미프진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대표는 "원내 조제만 허용하면 지역에 따라 이용이 어려운 여성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법적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임신중지 허용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종교계는 미프진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방안은 낙태를 제도화할 뿐 본질을 바꾸지 못하며 생명 경시 풍조를 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개신교 비영리단체인 프로라이프는 "관련 법률 정비 없이 낙태약 도입을 먼저 추진하는 정책 순서가 적절한지 설명해야 한다"며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