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7일(목)

경복궁 창호지에 손가락 쑥 넣어 '찌익'... 몰지각 관람객 논란

경복궁 강녕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의 창호지가 손가락 크기의 구멍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관람객 급증으로 감시가 어려운 데다 법적 처벌 근거도 미비해 문화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6일 뉴스1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근 SNS에서 경복궁 강녕전 창호지에 다수의 구멍이 뚫린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조선시대 왕의 침전으로 사용됐던 강녕전의 창호지는 사람 손이 닿기 쉬운 높이를 중심으로 훼손돼 있었다.


경복궁관리소는 이러한 훼손이 주로 관람객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 강녕전 일대를 확인한 결과 문틀의 창호지 곳곳에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복궁관리소는 통상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창호지를 점검한다. 최근 훼손이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부분적인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강녕전의 창호지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origin_창호지에손가락쑥…몰상식관람객에경복궁골머리.jpg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강녕전 일대 행각의 창호지에 구멍이 뚫린 모습 / 뉴스1


하지만 강녕전 주변 건물들의 피해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강녕전을 마주하는 남쪽 행각의 경우 14칸 중 8칸의 창호지에서 구멍이 발견됐다. 행각은 궁궐에서 전각을 둘러싼 통로 형태의 건물을 말한다.


관람객 급증이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08만 5188명에서 지난해 688만 6650명으로 약 6.3배 증가했다. 16일에도 관람 시작 30여분 만에 매표소와 출입구에 수십 명이 줄을 섰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창호지 훼손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인 경복궁은 담장을 포함한 전 영역이 문화재보호법의 보호 대상이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가 발생하자 경찰과 공조해 피의자를 추적하고 강력 대응했다.


그러나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문화재 손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창호지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유산이 아닌 소모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법은 국가지정문화유산 손상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지만 창호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origin_창호지에손가락쑥…몰상식관람객에경복궁골머리 (1).jpg뉴스1


현장 관리 인력이 관람객 계도와 안내를 담당하고 있지만 창호지를 뚫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복궁 관계자는 "조류가 창호지를 뚫는 경우도 있고 관람객이 워낙 많아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며 "특정 대상 확인이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체 예산으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