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시승기] GMC 시에라·캐니언 타보니... 온·오프로드서 느낀 '미국 정통 픽업'의 두 가지 맛

유행보다 본연의 가치와 기본을 지키는 쪽을 우리는 흔히 '정통파'라고 부른다. 이날 직접 경험한 GMC 시에라와 캐니언은 견인·적재·험로 주행이라는 미국 픽업트럭의 전통적인 문법을 그대로 담은 정통파였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온로드와 오프로드 코스를 오가며 시에라와 캐니언을 시승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두 차량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시에라는 6.2ℓ 자연흡기 V8과 풀사이즈 차체를, 캐니언은 2.7ℓ 터보 엔진과 한층 다루기 쉬운 중형 차체를 각각 앞세웠다.


기존 이미지한국GM


시에라는 거대한 차체와 V8 특유의 여유로 '정통 미국 픽업'의 맛을 진하게 보여줬다면, 캐니언은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크기와 움직임을 한층 현실적인 영역으로 끌어온 차였다. 


5.9m·V8의 압도감... 시에라가 보여준 '미국식 여유'


잠실에서 가평으로 향할 때 탄 시에라는 모든 것이 크다. 전장 5890㎜, 전폭 2065㎜, 축거 3745㎜에 달한다. 국내에서 흔히 접하는 대형 SUV와 비교해도 체급 자체가 다른 풀사이즈 픽업이다.


5.9m에 가까운 시에라를 몰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는 긴 차체와 넓은 차폭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을 벗어나 도심을 지나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인상이 달라졌다.


인사이트인사이트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시야의 여유였다. 높은 착좌 위치 덕분에 주변 차량을 내려다보듯 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옆 차선을 달리는 버스 운전기사와 눈높이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거대한 차체를 몰고 있다는 부담과 달리 탁 트인 전방 시야는 오히려 운전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었다.


힘에서도 여유가 묻어났다. 6.2ℓ 자연흡기 V8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를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육중한 차체를 어렵지 않게 앞으로 밀어냈다. 회전수를 높이면 V8 특유의 묵직한 엔진음과 함께 속도가 붙지만, 힘을 쥐어짜 내고 있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예상 밖이었던 것은 스티어링 감각이다.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운전대 역시 무겁고 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가볍게 움직였다. 거대한 덩치를 직접 힘으로 다룬다기보다 차가 운전자의 조작을 한발 먼저 받아주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인사이트인사이트


도심에서는 분명 시에라의 크기를 계속 의식해야 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부터는 그 육중한 무게감이 안정감으로, V8의 막대한 힘은 여유로 바뀌었다.


마침 햇빛까지 좋은 날이었다. 속도가 일정해지고 주행이 한결 편안해지자 자연스럽게 팝송에 손이 갔다. 높은 운전석에 앉아 V8 엔진을 앞에 두고 음악을 흥얼거리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순간, 시에라가 말하는 '정통 미국 픽업'의 감성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포장도로 벗어나자 달라졌다…시에라가 증명한 픽업의 본질


목적지인 가평에 도착한 뒤에는 포장도로를 벗어나 오프로드 코스로 들어섰다. 차체가 좌우로 기울고 네 바퀴가 서로 다른 높이의 요철을 타고 넘기 시작하자, 고속도로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시에라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났다.


기존 이미지인사이트


오프로드에서는 단순히 출력이 높은 것보다 네 바퀴가 노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짚고 가는지, 낮은 속도에서 필요한 만큼 힘을 얼마나 세밀하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시에라는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을 통해 노면 상황에 따라 Auto·2H·4H·4L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리얼 타임 댐핑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네 바퀴의 노면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한다.


본격적으로 요철 구간에 들어서자 전장 5890㎜, 공차중량 2575㎏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다시 한번 실감났다. 차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 때는 풀사이즈 픽업을 몰고 있다는 긴장감도 있었다.


기존 이미지한국GM


하지만 움직임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요철을 만나 차체가 필요 이상으로 튀거나 크게 요동치기보다 육중한 무게를 이용해 노면을 묵직하게 눌러가며 넘어가는 느낌이 강했다.


이때 6.2ℓ V8의 성격도 온로드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고속도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넉넉하게 남아 있는 힘이 인상적이었다면, 오프로드에서는 저속에서 쏟아내는 두터운 토크가 더 와닿았다. 최고출력 426마력보다는 최대토크 63.6㎏·m라는 숫자의 의미를 체감하기 쉬웠다.


기존 이미지한국GM


장애물을 넘기기 위해 속도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가속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으면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 힘을 꺼내며 거대한 차체를 앞으로 밀어냈다.


고속도로에서 느꼈던 V8의 '여유'가 오프로드에서는 '힘의 여유'로 바뀐 셈이다.


시에라가 단순히 거대한 미국식 럭셔리 픽업이 아니라 견인과 적재, 험로까지 염두에 둔 정통 픽업이라는 점도 이 구간에서 더 명확해졌다.


'작은 시에라'가 아니었다... 캐니언이 제시한 현실적 해답


기존 이미지한국GM


가평에서 잠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캐니언을 탔다. 시에라에서 곧바로 옮겨 타니 캐니언의 존재 이유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전장 5415㎜, 전폭 1980㎜로 결코 작은 차는 아니다. 다만 시에라보다 전장이 475㎜ 짧고 전폭은 85㎜ 좁다. 공차중량도 2175㎏으로 400㎏ 가볍다.


숫자로 보면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운전석에서는 체감이 분명했다.


기존 이미지한국GM


서울로 향하는 동안 차체 크기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심에 들어선 뒤 차선을 바꾸거나 차량 사이를 오갈 때도 시에라보다 움직임이 한층 가볍고 즉각적이었다. 풀사이즈 픽업을 운전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차체를 다루고 있다’는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


파워트레인에서도 시에라와의 차이가 뚜렷하다. 캐니언은 2.7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m를 낸다. 


시에라의 6.2ℓ V8처럼 대배기량 엔진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여유는 없다. 대신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과 차체 움직임은 한층 가볍다. 특히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필요한 힘을 보다 빠르게 꺼내 쓰는 느낌이 강했다.


ChatGPT Image 2026년 9월 9일 오전 11_09_42 (5).png


캐니언의 강점은 '작아진 시에라'에 있지 않았다. 정통 미국 픽업이 갖춰야 할 견인과 적재, 오프로드 능력은 그대로 품으면서 그 경험을 한국의 도로와 일상에 한발 더 가까이 가져온 데 있었다.


'정통 미국 픽업'을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시에라와 캐니언을 하루 동안 연이어 타보니 두 차의 관계를 단순히 '큰 픽업과 작은 픽업'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시에라는 5.9m에 가까운 풀사이즈 차체와 6.2ℓ 자연흡기 V8을 앞세워 미국 픽업이 가진 본래의 매력을 거의 그대로 보여준다. 최대 3945㎏의 견인 능력까지 갖추며 '정통 미국 풀사이즈 픽업'이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기존 이미지한국GM


캐니언은 그 정통성을 조금 더 현실적인 크기에 옮겨 담았다. 바디온프레임과 4WD, 견인 능력과 오프로드 성능이라는 기본은 지키면서 한국 도로에서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낮췄다.


두 차를 모두 경험하고 난 뒤 차이는 명확했다. 시에라가 '가장 미국다운 픽업을 경험하는 방법'이라면, 캐니언은 '그 미국다움을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즐기는 방법'에 가까웠다.

시에라는 미국 픽업의 원형을 보여줬고, 캐니언은 그 원형을 한국의 일상으로 가져왔다. 같은 정통파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이제 두 가지가 됐다.


한편 GMC는 9월 시에라와 캐니언 등을 대상으로 구매 혜택을 제공하며 국내 픽업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